“직접 해요” 사라지는 유인계산대…코로나‧최저임금에 ‘무인’ 열풍

“직접 해요” 사라지는 유인계산대…코로나‧최저임금에 ‘무인’ 열풍

이마트, 전국 점포의 약 78%에서 무인계산대 운영...편의점도 무인매장 늘려

기사승인 2020-07-30 04:00:03

카페 등 체인점에서 주로 사용되던 셀프 결제기기 키오스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의 편의점이 야간 시간, 아르바이트 대신 셀프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 지난 28일 오후 방문한 이마트 용산역점. 고객이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는 무인 계산대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도입 초창기만 해도 어색하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일이 잦았지만, 이젠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량 구입 손님뿐 아니라 일반 주부도 자연스럽게 무인 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어느덧 우리 삶에 보편적으로 스며든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매장들이 무인 계산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강세와 코로나19 확산으로 거세진 비대면 트렌드의 영향이다. 최근에는 미국 ‘아마존고’ 매장처럼 상품을 그냥 들고나가면 계산이 바로 된다거나, 무인 영업시간 계산하면 할인을 해주는 매장까지 등장했다. 직원이 매장에 상주하지 않는 ‘무인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국 점포의 약 78%인 약 110개 매장에서 700여 대의 무인 계산대를 운영 중이다. 2018년 1월 무인 계산대 16대를 첫 도입한 후 약 2년 반 만에 그 수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롯데마트도 2017년 4월 양평점 개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120개 점포 중 50곳에서 512대의 무인 계산대를 활용하고 있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셀프 결제기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크게 증가했고, 카페 등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보편화함에 따라 대형마트의 무인 계산대 사용 역시 크게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대형마트는 무인 계산 공간을 크게 늘리고 있고, 무인 계산기기의 수가 유인 계산대의 수를 넘어선 매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고 방식을 도입한 이마트24 김포DC점. 물건을 그냥 들고 나가도 결제가 진행된다. 

편의점 업계의 변화 속도는 더 빠르다. 아예 무인 계산대를 넘어 무인 매장과 하이브리드 점포를 속속 늘리고 있다. 하이브리드 점포는 보통 낮에는 유인,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반무인’ 방식이다. 매장을 CCTV와 무인 계산대에 맡겨두고,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은 한 점포에 상주하기보다 여러 매장을 돌며 물건 입고, 재고 정리 등의 업무를 본다. 

CU는 지난달 말 기준 무인점포 약 70곳과 하이브리드 점포 약 140개를 운영하고 있다. GS25 역시 무인점포 31개와 하이브리드 점포 73개를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무인 계산대와 정맥 패턴을 이용한 손바닥 스캔 결제 등을 도입한 스마트 편의점을 전국 22곳에서 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사무실 공장 등이 아닌 로드숍을 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오르고, 경기마저 침체된 상황에서 무인점포가 늘어나는 것은 고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편의점이 많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창출해 왔지만, 이젠 이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대 근처에서 하이브리드 무인 편의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일반 점포 운영 당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에 대한 고민이 많아 (무인편의점) 전환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술‧담배의 판매가 어려운 것을 제외하면 이익이나 효율 면에서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라고 평했다. 이어 “적어도 미래 편의점에서 계산만큼은 더 이상 사람이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트업계에서도 무인 계산대 도입은 노동자와 사측 간의 민감한 문제다. 마트업계는 전환 배치 등으로 실직 사태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추후 직원들의 반발로 ‘타다’ 논란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이미 마트노조는 무인 계산대 확대 중지와 일반 계산대 정상운영을 주장하며 시위까지 벌였던 바 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88곳과 기업형 슈퍼마켓 4곳에서 무인 계산대를 쓰고 있지만, 최근 이를 추가 도입하거나 무인화 매장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런 결정에는 무인 계산대를 통해 인력을 감축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의 무인 계산대의 모습. 바코드를 찍고 결제까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글·사진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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