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들 기업결합 심사에 7개월을 보냈고 이르면 오는 가을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까지의 움직임으로는 공정위가 불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발의했다. 플랫폼이 입점 업체를 상대로 수수료나 광고비 등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배민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에 관련 규제 법안부터 꺼내들었다며 ‘사실상 배민의 독점 지위를 인정한 것 아니냐’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배민은 지난 4월 일방적으로 배달 수수료 개편을 진행하다가 자영업자들의 반발로 뭇매를 맞고 이를 전면 철회했다. 이는 배달앱에 대한 소비자들의 여론이 악화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배달앱 시장의 불공정을 개선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내년 상반기까지 제정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는 플랫폼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엄중 대처하는 한편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배민에겐 자칫 불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달 7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노동시민단체는 공정위에 철저한 심사를 통해 배민과 DH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호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가맹대리점분과 위원장은 “1~3위 업체가 시장점유율 99%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도 수수료의 일방적인 변경 등 거래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는 것에 속수무책인데 하나의 회사로 기업결합이 진행되면 경쟁은 사라지고 거래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성종 전국서비스노조 대외협력실장도 “거대 독점기업이 탄생한다면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공정위가 혁신성장에 매몰되지 말고 배달앱과 중소상인, 배달노동자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철저한 심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여론조사도 합병에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4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서울·경기도 및 전국 6개 광역시에서 배달앱 이용 경험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합병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86.4%에 달했다. 결합심사가 진행 중임에도 합병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은 57%에 불과했다.
물론 여론과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별개다. 관건은 공정위가 경쟁 시장의 범위 기준을 배달, 배달앱, 이커머스 등 어디까지로 볼 것 인지다. 배달앱 시장만 놓고 보면, 독점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공정위가 배달앱 시장이 신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수수료율 인상률 제한’ 등을 내세워 조건부 승인을 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경쟁사의 점유률도 크게 상승해 합병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쿠팡이츠’ 이용자 수는 39만1244명으로 나타났다. 1위인 배달의민족 970만1158명과 아직 큰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5월 출시 후 1년 만에 기존 3위 배달통 27만2139명을 밀어냈다. 닐슨코리안클릭의 조사 결과에선 배달통은 최근 위메프오에게도 이용자 수가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쿠팡과 위메프 등 후발 주자들의 약진이 이뤄지면서 배민과 DH의 독과점 여부가 다소 희석된 분위기가 있다”면서 “심사를 진행 중인 배민 입장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이어 “지자체의 배달앱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더욱 요동 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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