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논란의 역사 [‘나 혼자 산다’ 리플레이]

기안84, 논란의 역사 [‘나 혼자 산다’ 리플레이]

기사승인 2020-08-21 08:11:01
▲기안84 / 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만화가 겸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이 지난 13일 또 한 번 사과했다. 네이버웹툰 ‘복학왕’의 ‘광어인간’ 1회와 2회에서 무능한 여성 인턴이 남성 팀장과 성관계 후 정직원으로 채용됐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을 그려 입길에 오른 탓이다. “다시금”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그의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 여성의 취업은 학벌이나 스펙, 노력이 아닌 외모와 나이?

지난 11일 공개된 ‘복학왕’ 304화 새 에피소드 ‘광어인간’ 1회는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회차에서는 주인공 봉지은이 회식 자리에서 큰 조개를 배에 얹고 깨는 장면이 나온다. 인턴인 봉지은이 정규직 전환에 관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덧붙여진다. 이를 본 40대 남성 팀장은 “이제 오는가, 인재여”라며 봉지은을 반기고 정직원으로 채용한다. 웹툰의 주인공 우기명은 팀장에게 “(봉지은과) 잤냐”라고 묻고 팀장은 웃음으로 대답한다. 회차 마지막에서는 팀장과 봉지은이 사귀는 것으로 나온다. 일부 독자는 봉지은이 회식 당시 조개를 깨트리는 장면이 접대로서의 성관계를 암시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능력 없는 여성이 성관계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다는 내용이 여성혐오적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기안84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하고 작품 말미에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아울러 해당 장면이 성관계 암시가 아닌 봉지은을 수달에 비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는 것이다.

기안84의 웹툰은 과거에도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을 여러 차례 받았다. 봉지은이 소주에 얼음을 넣는 것을 본 남자 주인공이 “룸빵녀 다 됐구만”이라고 말하거나, 남성 캐릭터가 여성을 향해 “누나는 늙어서 맛없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 장애인·이주 노동자 비하 논란도

청각장애인과 이주 노동자를 비하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기안84는 ‘복학왕’ 248화 ‘세미나’ 1회에서 청각장애인 여성 캐릭터 주시은의 말과 생각을 어눌하게 표현해 도마 위에 올랐다. 주시은의 대사와 생각 등을 ‘닥꼬티 하나 얼마에오?’ ‘마이 뿌뎌야디’ 등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에 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청각장애인이 말을 제대로 못 할 것이라는 편견을 고취하고 청각장애인을 별개의 사람인 것처럼 차별하는 것”이라며 “특히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사람처럼 희화화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당시 기안84는 지적받은 부분을 수정한 뒤 해당 회 말미에 “성별, 장애, 특정 직업군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다”며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어진 ‘복학왕’ 249화에는 한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허름한 숙소를 보고 각각 다른 반응을 하는 내용을 담아 인종 차별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때도 기안84는 네이버웹툰을 통해 “신중하겠다”라고 사과했다.

■ 이어지는 하차 요구에 ‘나혼산’은

문제를 지적받으면 사과했지만, 비슷한 논란은 이어졌다. 이번 논란이 좀처럼 가라 앉지 않는 이유다. 지난 1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기안84 웹툰 연재 중지 청원 참여인원은 10만 명을 넘겼다. 기안84는 웹툰 작가일 뿐만 아니라 방송인이다. 기안84의 유명세에 큰 몫을 한 것이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다. 그는 이 방송에 7년째 출연하며 캐릭터를 형성했고 그에 따른 인기와 영향력을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안84의 혐오 표현 논란이 일 때마다 ‘나혼산’에서의 하차 요구도 나왔다. 기안84는 ‘나혼산’에서도 종종 장소나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혼산’은 기안84를 둘러싼 논란에 관해 매번 침묵해 왔다. 별다른 조치 없이 지나갔을 뿐 아니라, 방송에서 그를 변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논란 이후였던 14일 방송에서도 기안84의 모습은 ‘다시금’ 전파를 탔다.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다”는 기안84의 1년 전 사과를 기안84도 ‘나혼산’도 곱씹어 볼 때가 아닐까.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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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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