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 키 잡은 이낙연에게 신중함, 친문이 걸림돌?

거대여당 키 잡은 이낙연에게 신중함, 친문이 걸림돌?

코로나극복 등 5대 목표 제시했지만… 당내 기류변화 어려워 한계도

기사승인 2020-08-30 13:29:07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선출된 이낙연 의원이 당 대표후보 출마선언을 할 당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국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방향키를 5선인 이낙연 전 총리가 잡았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방향으로 당이 움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계에서는 내부에서의 어려움 싸움은 이제부터라는 말들도 나온다. 이에 이낙연 신임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전폭적지지 속 이낙연 ‘당선’… 코로나 극복에 ‘방점’

이낙연 신임 당대표는 전날(29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총 득표율 60.77%를 얻었다. 세부적으론 대의원 57.20%, 권리당원 63.73%, 국민여론 64.02%, 일반당원 62.80%로 당심과 민심 모두에서 60% 안팎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이자, 신중하지만 단호한 이미지를 갖춘 ‘할 말하는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란 낙관론을 현실로 만들었다.

‘위기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 대표의 전략과 경험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차 대유행 위기에서 빛을 봤다. 위기감이 증폭되며 당심도 민심도 감염병 극복을 절실히 바라는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낼 인물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대표 스스로도 이 같은 기대를 알고 있는 듯 수락연설에서 “국가적 위기에 여러분이 주신 임무는 분명하다”며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우리는 일상의 평화를 되찾기 어렵다. 이 전쟁에 효율적, 체계적으로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재편하고 그 위원장을 제가 맡겠다”고 선언했다.

또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국민의 전폭적 동참을 얻어 이 국난을 더 빨리, 더 잘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불법행위, 불공정행위, 집단이기주의, 가짜뉴스 등에 단호히 대응하고, 노동자·자영업자·소상공인·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과 중소기업을 시급히 도울 수 있도록 지원 방안과 시기도 정부와 곧바로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이낙연 신임 당대표가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온라인 전당대회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명령’으로 지칭한 ‘5대 목표’… 누구의 명령인가

코로나19 위기극복과 함께 이 대표는 ‘5대 명령’이라며 ▲민생 안정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시대) 대비 ▲통합의 정치 ▲당의 혁신을 약속했다. 큰 틀에서 코로나19 관련 과제 2가지와 정치적 약속 2가지다. 정치적 약속은 ‘화합의 정치’를 목표로 ‘일방독주’, ‘친문독재’라는 지적을 받았던 당 안팎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대야관계에 대해서는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다”고, 당내 혁신에 관해서는 “국민 각계각층의 고통을 더 가깝게 공감하고, 더 정확히 대처하도록 쇄신하겠다. 유능하고 기민하면서도 국민 앞에 겸손한 정당으로 개선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과제와 약속으로 구성된 ‘5대 명령’이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안, 특히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핵심으로하는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 이 대표와 재정당국·야권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선에 나선다는 가정 하에 시작부터 남은 임기를 걱정해야하는 임기 7개월짜리 당 대표라는 위치, 당내 지지기반을 마련하고 혁신과 정치적 난제인 ‘협치’를 임기 내에 이뤄내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당대회 준비과정에서도 ‘엄중’ 별칭이 붙을 정도로 신중하지만 불확실한 언어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친문 지지자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당내 입장과 그로 인해 경제·부동산·검찰 문제 등에 대한 분명한 목소리 혹은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재명 지사의 소신 발언와 비교되며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들이 다수다.

한 당내 원로는 “사람(친문)을 따르자니 스승(국민)이 울고, 스승(국민)을 따르자니 사람(친문)이 우는 형국이다. 진퇴양란”이라며 “나름대로 확고한 정치철학과 방향을 가지고 있는데 당 대표가 되면 책임만 무거워지고 제대로 방향타를 잡지 못하고 휘말려 이것도 저것도 안 될 수도 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우려 섞인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 다른 정계 원로는 “친문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또한 친문의 힘에 의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친문의 힘이 강해질수록 국민과 멀어질 수 있다. 최고위원들 조차 후보로 나와 그들에게 고개 숙이고 그들의 귀에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있었다. 야권과의 관계도 같은 측면에서 친문이 문제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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