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은 공공재?… 차출 가능케 한 민주당 법안 ‘논란’

의료인은 공공재?… 차출 가능케 한 민주당 법안 ‘논란’

신현영 ‘북한 긴급지원 가능법안’, 황운하 ‘재난상황 시 정부통제 법안’ 각각 발의
“의료인은 공무원도 아닌데 강제징용이냐” 등 반발에 신현영, “수정·삭제 가능” 해명

기사승인 2020-08-31 16:19:27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사진=신현영 의원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보건의료 인력과 장비, 시설 등에 대한 세계 각국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감염병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을 긴급상황 시 국가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이는 최근 의료계가 무기한 파업을 천명한 것과 맞물려 보건의료인의 자유과 책임에 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논란의 한 축인 법안발의현황을 살펴보면, 31일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에 각각 1건의 보건의료인 국가통제 관련 법안이 올라가있다. 입법예고 중인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지난 24일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법안에는 구제역,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발생시 정부가 관리하는 재난관리자원에 ‘(의료)인력’을 포함시키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미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된 법안도 있다. 지난 7월 2일 같은 당 신현영 의원이 발의해 지난 3일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이다. 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제9조에는 재난 등이 발생할 경우 남북이 공동으로 보건의료인력 및 장비, 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과 함께 북한의 재난 발생 시 보건의료인력을 포함한 긴급지원을 정부가 지휘·지도·감독할 수 있도록 적시돼있다.

문제는 두 법안이 법제화될 경우 민간자원인 보건의료인력을 정부가 유사시에 관리·감독·통제 등 강제력을 발휘할 여지를 열어놓게 된다는 점이다. 개정안을 접한 이들 중 일부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인의 자유를 정부가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는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황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대한 반대의견만 31일 현재 8만여건을 넘었다.

한 시민은 입법예고시스템을 통해 “의사양성 비용에 전혀 기여한 바가 없는 정부가 강제로 의사들을 동원시키는 것은 사회정의에 어긋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의료진이 공무원인 줄 아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신현영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심지어 한 응답자는 의료계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을 빗대어 “지금 이 재난 상황과 대립 상황에서 갑자기 인력을 포함시킨다는 말은 너무 속보이는 행동 아닌가? 이건 그냥 대놓고 의사 및 의료진들을 멋대로 부리겠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신 의원을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신 의원의 SNS에 “의사면허 있으신 것 같은데, 의원직 그만두고 본인이 가라”거나 “K-방역이라며 의료진들이 피땀 흘려 고생한 결과를 자기들 업적마냥 떵떵거리고 외신들에게 자랑거리로 이용해 먹을땐 언제고 그런 고급인력들을 북한에 강제로 보내고 거부하면 형사처벌? 이게 선거 때 말하던 자유민주주의국가의 형태냐”는 글들이 달렸다.

이에 신 의원은 자신의 SNS에 “해당법안은 이전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법안을 바탕으로 통일보건의료학회와 검토 하에 남북보건의료 교류 활성화를 위해 제출된 것으로 북한 의료인과 교류협력을 원하는 의료인을 상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적이었다”고 발의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의료인력 파견의 강제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해 “수정 또는 삭제가 가능하다.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의료인들이 우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 의원의 뜻이 잘 전달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의사로 보이는 또 다른 네티즌은 “수정 가능? 우리가 공공재인가? 북한으로 맘대로 보낼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애당초 수정, 삭제해서 발의하지 그랬냐, 경솔하다”며 “남북정치교류 활성화를 위해 국회의원들 북쪽에 파견하면 어떨까?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것 같다”는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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