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법경영승계 수사부터 불구속 기소까지

이재용, 불법경영승계 수사부터 불구속 기소까지

21개월간 총 50차례 압수수색···소환조사만 430여차례

기사승인 2020-09-01 14:56:08
▲서울중앙지검에서 바라본 삼성서초사옥.(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검찰이 불법 경영승계 의혹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한지 67일 만이다. 검찰은 지난 2018년 12월 부터 약 1년 9개월간 수사를 진행하면서 압수수색 총 50차례, 소환조사 총 430여 차례 등 강도 높은 수사를 펼쳤다.

검찰은 1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을 수사한 결과 범행을 밝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핵심관련자 총 1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며 불구속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처분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심의위원회 권고에도 이 부회장 등을 기소하면 수사팀은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를 따르지 않았다는 비난과 권고에 따라 불기소를 결정하면 1년 9개월간 장기간 수사에도 '재벌 봐 주기'라는 비난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검찰은 불기소를 권고한 수사심의위 결정을 뒤엎고 이 부회장에게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수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를 따르지 않았다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불법 경영권 승계로 수혜를 입은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재계 안팎은 풀이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분식회계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삼바는 지난 2015년 자회사인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하면서 콜옵션을 누락하는 회계기준으로 장부상 가치(4조5000억원)를 부풀린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보유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회계 조작으로 부풀린 제일모직 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삼바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 0.35주와 바꾸는 비율로 합병이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삼성물산과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한다. 두 달 뒤인 5월 김태한 삼바 대표이사를 구속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직접 겨냥하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혐의가 다툴 여지가 있다"며 김태한 삼바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검찰은 그러나 삼바 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로 삼성전자 상무 2명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인사팀 부사장. 재경팀 부사장을 구속기소 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그리고 김태한 삼바 대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으나 법원은 또 영장을 기각했다.

같은 해 9월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던 국민연금과 한국투자증권 등을 압수 수색한다. 당시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2015년 합병 과정과 관련한 문서와 의사결정 등을 담은 문건과 관련 파일이 담긴 컴퓨터 하드 디스크 등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진=박태현 기자
검찰은 올해 초 삼성 고위급 임원을 연달아 소환하면서 이 부회장의 불법경영승계 작업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였다. 소환된 인물은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략팀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김태한 삼바 대표 등이다.

검찰은 올해 4월 김태한 삼바 대표를 재소환하고 이어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를 조사했다. 정몽진 KCC 사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KCC가 지난 2015년 6월 삼성물산 자사주를 사들인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5월 2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을 전격 소환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및 부정승계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과 삼바 분식회계 의혹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지시와 보고가 오갔는지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한 달 뒤인 6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팀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외부감사에 대한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의 기소 타당성을 따져보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소집신청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신청이 검찰을 자극한 자충수라고 법조계 안팎은 분석했다.

법원은 그러나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원정숙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그간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6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논의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 불기소 및 수사 중단' 의견을 검찰 수사팀에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하며 불법 경영권 승계로 수혜를 본 이 부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사심의위원회 권고가 나온 지 67일 만이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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