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다시 도는 법원 시계···'삼성 초격차' 전략 차질

이재용, 다시 도는 법원 시계···'삼성 초격차' 전략 차질

검찰, 이 부회장 불구속 기소···재계, 기업활동 위축 우려

기사승인 2020-09-01 15:59:1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검찰이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삼성이 또 다시 리더십 부재 위기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총수의 사법리스크로 '삼성의 초격차 전략'에 차질이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일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에게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기소 이후 3년 넘게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법정 투쟁을 벌이게 됐다.

재계 안팎은 검찰의 기소로 굵직한 투자와 인사 등을 결정할 총수와 핵심 임원들이 재판을 받게 돼 삼성의 경영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재판 준비를 위해 기업 활동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다.

특히 2017년 국정농단사건으로 지금까지 재판을 받는 이 부회장이 이번 검찰 기소로 새로운 재판을 받게 돼, 적어도 삼성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려면 앞으로 2~3년 더 걸릴 수 있어 삼성의 경영 시계(視野)는 사실상 정지상태에 빠질 우려가 클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국정농단 재판 당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은 일주일에 많게는 네 차례 재판을 받으면서 재판 준비로 경영에 전념할 수 없었다. 국정농단 1심 당시 이 부회장이 받은 재판의 수는 총 53차례였다.

검찰의 기소로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은 당장 해외 프로젝트 핵심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의 사법리스크는 기업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더욱이 최근 일본이 대(對)한국의 반도체 소재·장비 수출규제를 다시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최근 삼성이 발표한 8조원 규모의 평택 파운드리, 낸드플래시 투자 집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총수의 발 빠른 대응이 필수적인데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처지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서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가 대응책을 모색한 바 있다.

검찰의 이 부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박근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7억7000만달러(약 91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ISD에 중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엇이 이번 검찰 수사와 앞으로 있을 재판 내용을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최근 정부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 법무부에 검찰 수사자료를 ISD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ISD 중재재판부는 '수사 진행 중' 이유로 엘리엇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한 이후 광폭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화성시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하는 등 현장 행보를 이어가며 사업전략을 점검했고, 지난 5월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논의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사업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약속한 투자·고용 목표를 80% 이상 이행했다. 이 부회장은 경제 활성화 방안을 위해 내놓은 180조원 국내투자 계획 중 130조원을 진행했고, 또 3년간 4만명 채용 목표도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80% 이상 달성했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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