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온 간암·코로나 환자 "한국 의료 부럽다"

러시아에서 온 간암·코로나 환자 "한국 의료 부럽다"

기사승인 2020-09-02 18:08:23
▲의료진들과 크레피스(러시아어로 파이팅)를 외치고 있는 빅토르씨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중증 간암의 러시아 환자가 1주일이 넘는 여정을 거쳐 방한, 도착 후 확진받은 코로나19와 간암 치료를 모두 성공리에 받고 돌아갔다.

2일 명지병원에 따르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주하는 62세 레메쉐드 빅토르씨는 지난 3월 재발된 간암을 명지병원에서 치료받기 위해 사전 연락과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되는 시점이라 쉽사리 러시아를 떠날 수 없었고, 급기야는 항공편마저 운행이 중단되는 난관에 봉착했다.

명지병원 의료진과의 영상 원격진료를 통해 간암의 진행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빅토르 씨에게 한줄기 혜성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7월 대한민국 정부가 질병 치료 목적으로 해외에서 입국하는 중증환자에 대해서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면제해주기로 하는 ‘외국인환자 의료기관 격리 지침’을 마련, 시행키로 한 것이다. 이 지침에 따라 빅토르 씨는 입국 즉시 자가 격리기간 없이 명지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평소 운항되던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러시아 극동 지방과 한국을 연결하는 항공편 운항이 모두 중단되면서 다시 한 번 위기에 봉착한 것. 결국 빅토르 씨는 명지병원에서 간암 치료를 받겠다는 일념으로 멀고먼 여정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평소 직항으로 2시간 30분이며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모스크바와 터키의 이스탄불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근 1주일간에 걸친 머나먼 여정 끝에 8월 4일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러시아와 터키도 코로나19 확산은 마찬가지여서, 움직일 때마다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빅토르씨가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한국에 도착하기 까지 받은 코로나19 검사는 모두 6회. 다행히 6회 모두 음성이 나와 무사히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도착 후 받은 PCR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왔다. 본인은 물론, 명지병원과 방역당국도 난관에 봉착했다. 방역 당국은 감염병 거점병원으로 음압격리병실은 물론 음압혈관중재실과 음압수술실 등을 갖추고 있는 명지병원에 환자를 입원시켜, 코로나19부터 치료하고 후속 치료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명지병원 음압격리병실에서 10일간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빅토르 씨는 다시 에코병동으로 입원하여 영상의학과 김현범 교수로부터 간암 색전술을 성공리에 받을 수 있었다.

길고 긴 치료의 여정을 마친 빅토르 씨는 지난 1일 오후 그동안 자신을 치료해주고 케어해 준 의료진과 러시아 코디네이터들과의 마지막 진료와 면담을 마치고 퇴원,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전세계가 코로나19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는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명지병원까지 날아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게 모두 꿈만 같다”며 “이국땅에서 접한 코로나19 양성 결과에 크게 당황하고 절망했지만, 용기를 주며 정성껏 치료해 준 명지병원의 의료진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격리기간 중에도 틈틈이 옷과 간식 등을 챙겨 준 명지병원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는 빅토르 씨는 “명지병원 같은 훌륭한 시스템과 의료진이 있는 병원이 있는 한국의 환자들은 행운”이라며 부러움을 표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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