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집콕’ 추석 온다…유통街 “대목 날아가나” 답은 선물 뿐

사상 첫 ‘집콕’ 추석 온다…유통街 “대목 날아가나” 답은 선물 뿐

기사승인 2020-09-11 04:30:19
코로나19로 성묘객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신지훈(32)씨는 이번 추석 고향인 강원도 강릉에 가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명 이상 나오는 상황이 부담이 된 탓이다. 정부 역시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신씨는 “친지들도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면서 “찾아뵙지 못하는 대신 좋은 선물을 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상 처음으로 ‘집콕’ 추석이 온다. 지난 8월 말 재확산 한 코로나19가 쉽사리 잡히지 않자 결국 추석까지 여파를 미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명절 대목 장사를 기대하던 유통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기업이다. 상반기 급감한 실적 만회를 위해 각종 할인 프로모션과 소비 진작 행사를 계획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게 됐다. 귀성객이 예전만 못한 데다, 집에서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일도 줄어드니 사실상 대목은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실제로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리서치센터(DRC)가 지난 8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석 귀향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데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동의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87%로 나타났다. 

추석 승차권 첫날 예매객 역시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8일부터 진행된 경부선 등 9개 노선 추석 연휴 승차권 예매는 총 50만석 중 26만3000석이 팔렸다. 이는 지난해(47만명) 대비 55% 감소한 수치다.

추석 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는 기존의 추석 명절 판매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귀성을 주저하는 수요층을 겨냥해 선물 세트를 고급화하는 등 비대면 온라인 판매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만큼, 건강기능 식품군도 대거 늘렸다. 소비심리가 코로나19로 위축된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활로를 뚫겠다는 복안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언택트(비대면)기능을 강화해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에 나서고 있다. 오는 13일까지인 예판 기간에 구매하면 정상가격 대비 최대 70%를 할인한다. 총 282여 종의 세트를 선보이며 전국 어디나 원하는 날짜에 배송을 요청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픽업 할 수 있는 O2O 상품도 강화했다. 

롯데쇼핑도 이커머스 사업인 롯데ON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추석 예약판매에 ‘다중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중배송은 예를 들어 상품 10개를 산다면 10개의 각기 다른 주소로 선물을 보낼 수 있다. 결제 전 주문 단계에서 최대 100개까지 받는 사람 주소를 입력할 수 있다. 추석 선물세트를 대량 구매하는 법인들이 주 타깃 고객층이다.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1.5배 늘렸다. 최고급 한우와 송로버섯으로 만든 소금 및 자연 방목 한우 세트, 무항생제 암소 세트 등 프리미엄 한우 상품 수를 크게 확대한다. 또 프랑스 게랑드 소금 등 고급 소금으로 밑간한 특화 소금 굴비는 지난해 추석보다 물량을 두 배 늘려 1200개 한정 수량으로 내놓는다.

이외에도 백화점과 마트는 건강식품 세트 품목을 작년 추석보다 최대 85% 확대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홍삼 관련 세트 매출이 작년 추석보다 각각 302.7%, 209% 급증하는 등 코로나19로 건강관련 상품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에는 생소하던 손 세정제와 소독제, 마스크 등을 담은 위생 선물 세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줄어들고, 경기 침체역시 심화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직접 만나는 대신 선물만 보내는 상황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이어 “코로나19 속 첫 명절인 만큼, 다양한 고객 니즈를 파악해 상황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백화점도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 사진=쿠키뉴스DB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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