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원에 ‘재텔근무’ 가능”…특급호텔이 사무실 자처한 사연은 

“7만원에 ‘재텔근무’ 가능”…특급호텔이 사무실 자처한 사연은 

기사승인 2020-09-15 04:25:01
사진=레스케이프 호텔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코로나19에 투숙객이 급감한 서울 도심 특급호텔들이 재택근무자를 겨냥한 데이유즈(Day Use)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쉽게 말하면 대실 개념으로, 최근 재택근무 트렌드 확산에 따른 틈새 수요를 잡으려는 것이다. ‘재텔(在+호텔) 근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실제 주요 도심 호텔들은 현재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주 고객층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모두 사라졌고, 거리두기 조치로 내국인들의 발길도 줄고 있다. 평소 가을철 이어지던 마이스(기업회의·컨벤션·전시회) 행사도 대폭 축소된 상태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후 지난 3월 외국인 입국자는 8만3497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94.6% 급감했다.

이처럼 특급 호텔들이 ‘데이유즈’ 상품을 꺼내드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함이다. 글래드 호텔은 지난달부터 재택근무 직장인 고객을 위한 '호텔로 출근해'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 시간에 맞춰 체크인은 오전 8시에, 체크아웃은 당일 오후 7시에 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중 한정으로 가격은 7만5000원이다. 

스위스 그랜드 호텔(구 그랜드 힐튼 서울)도 재택근무 직장인들을 위한 패키지를 출시했다. 오전 8시부터 최대 12시간 객실에 머무르며, 피트니스 센터, 실내 수영장, 사우나 2인 무료 입장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비용은 7만4000원. 비용을 추가하면 맥주 2캔과 함께 프렌치 프라이, 치킨 윙, 새우튀김 등의 먹거리를 추가 제공한다. 

사실 데이유즈(Day Use) 상품은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서비스지만 국내에선 러브호텔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도입하는 곳이 극히 적었다. 자칫 럭셔리 이미지인 특급호텔의 격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이에 업계는 직장인에 초점을 맞추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만큼 호텔업계가 코로나19에 서비스 대전환을 맞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글래드 호텔
서울의 한 호텔 관계자는 “기대했던 늦캉스 수요도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두드러지지 않는 추세”라며 “호텔 내 뷔페나 식음업장은 운영을 중단하거나 영업시간이 단축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데이유즈 상품을 선보였는데, 고객은 원하는 시간에 특급호텔을 저렴하게 이용하고, 호텔은 빈 객실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성급 호텔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역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판매했던 데이유즈 상품을 지난 1일부터 다시 판매를 개시했다. 판매 성적이 예상외로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호텔 측 평가다. 호텔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자녀를 보고, 수영 등 휴식을 취하려는 강남권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콘래드 서울과 레스케이프, 롯데시티 호텔 등 5성급 호텔부터 비즈니스호텔까지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숙박 서비스업체 여기어때 관계자는 “호텔이 최근 단순 숙박 시설에서 여가와 힐링 공간으로 한걸음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상품은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며 여가를 보내는 최근 트렌드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평했다.

사진=쿠키뉴스DB
다만 호텔업계의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근본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살아나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해 업황이 불투명한 것이다. 고객이 90%까지 급감해 실제 문을 닫는 중소 호텔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분기 롯데호텔의 매출은 87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9%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1289억원으로 적자폭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2분기 36억원의 흑자를 냈던 신라호텔도 올해 2분기에는 5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조선호텔 역시 2분기 1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499억원 대비 37.5% 감소한 312억원에 그쳤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객실과 연회장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며 국내 호텔산업의 누적 피해액은 1조226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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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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