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지 않는 편견에도 연기 열정 불태웠던 배우

깨지지 않는 편견에도 연기 열정 불태웠던 배우

배우 오인혜 14일 숨져…향년 36세

기사승인 2020-09-15 11:07:12
▲ 배우 오인혜 /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배우 오인혜가 14일 사망했다. 향년 36세.

15일 인천 연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오인혜는 전날 인천 연수구에 있는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한때 호흡과 맥박은 돌아왔으나 의식은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인혜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인과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최초 신고를 한 오인혜의 친구와 가족 진술을 토대로 사망 경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1984년생인 고인은 중학생 때부터 잡지와 광고 모델로 일했다. 연예 활동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머리카락을 잘리는 일도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디션에서 ‘연극영화과도 아닌데…’라며 거절당하기를 여러 번. 결국 22세 때인 2006년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입학했다.

무명으로 보낸 세월이 길었다. 매니저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촬영 중이던 영화 배역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배우에게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2010년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기회를 잡았다. 이듬해엔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 주인공 수지 역을 맡기도 했다.

문제는 이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에 입고 갔던 드레스였다. 고인이 2011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입은 드레스가 화제가 되면서 그 역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관심은 독이 되기도 했다. 고인의 이름엔 악성 댓글이 따라붙었다. 주어지는 배역도 ‘남성을 유혹하는 팜므파탈’로 한정됐다. 영화 ‘소원택시’(2013) 개봉 당시에는 선정적인 홍보 문구로 곤욕을 겪기도 했다.

그 안에서도 고인은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려 애썼다. 영화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2013)에선 의사를 맡았고, ‘생생활활’(2013)에서는 기자를 연기했다. MBC 드라마 ‘마의’, KBS2 ‘드라마스페셜-환향 쥐불놀이’ 등으로 사극에도 도전장을 냈다. 2017년부터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활발하게 했다. SBS플러스 ‘나만 빼고 연애중’, 웹예능 ‘오인혜의 쉿크릿’을 진행했고, 지난해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된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과의 만남에서 고인은 “(배우로 겪은) 고비를 넘겼다”라며 “뭐든지 기회가 오면, 역할이 작고 마음에 안 들어도 받아들일 수 있다. 내려놨다”고 밝힌 바 있다.

빈소는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6일이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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