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추석을 2주 남겨둔 1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채소 매대에 카트를 댄 주부 정금희씨는 배추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정씨는 “채소가 전반적으로 많이 올라 손이 가지 않는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해당 마트에서는 배추 한 포기를 6480원, 무는 개당 3400원에 팔았다. 현장 직원은 “지금 상황에선 이마저도 싼 편”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결국 카트를 돌린 정씨는 “오이, 애호박, 고추 등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면서 “찬거리를 살겸 오랜만에 들렀는데, 빈 카트만 끌고 다니고 있다”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실제로 해당 마트에 따르면, 배추와 무의 가격은 지난해 추석 2주 전과 비교 시 40%가량 오른 상태다.
지난 7월~8월 장마와 태풍으로 경작지가 침수하고, 흐린 날씨에 생육도 부진하면서 채소‧과일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곧 추석이 다가오는 만큼, 명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도 나온다. 맞은편 과일 매대에서 사과를 살펴보던 이모씨는 “채소와 과일 가격이 다 비싸니 이번 명절은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만 먹어야 할 것 같다”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 대형유통업체의 주요 농산물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배추(상품) 1포기 평균 소매가격의 경우 지난해 5179원에서 117%가 올라 1만1241원을 기록 중이다. 무(상품) 역시 지난해 2105원에서 85% 오른 3898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외에도 애호박, 건고추, 대파가 각각 48%, 57%, 36%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차례상 대표 과일인 사과(10개 기준)의 평균 소매가격은 이날 3만83원으로 지난해 대비 25% 올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생육기간이 짧은 채소는 근시일 내 가격이 안정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과일의 경우는 기상 악화에 작황이 좋지 못했고, 상품화가 가능한 물량이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 비축에 한계가 있어, 도매에서 물건을 조달하다 보니 대형마트 역시 가격 인상의 부담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래시장도 농산물 가격 급등에 직격타를 맞고 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남대문시장의 한 채소 가게에서는 가격 흥정이 한창이었다. 상추와 고추를 깎아 달라는 한 손님의 말에 상인은 “우리도 남는 게 없다”면서도 몇 천원을 깎아주곤 검은 봉지를 손님에게 건넸다.
채소 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송모(63) 씨는 “비싼 배추는 1만원 이상을 웃돌고 있고. 중품 역시 못해도 8000원 9000원은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는 상황”이라며 “상인들도 2배 3배가 올랐다고 놀라는데, 손님들은 오죽할까 싶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울러 “식당 등도 코로나19로 영업이 여의치 않아 식자제 유통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도 추석을 앞두고 공급 확대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배추, 무, 사과, 배 등 명절 수요가 많은 10대 성수품의 공급량을 평상시보다 1.3배 확대해 오는 29일까지 총 8만8000톤을 공급할 계획이다. 채소·과일은 농협 계약재배 물량, 축산물은 축협 도축 물량과 관련 단체 회원의 보유물량, 임산물은 산림조합 보유물량을 활용한다.
아울러 이달 29일까지 민·관 합동으로 '추석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반'을 운영하고, 태풍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면서 주요 성수품의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 모니터링 강화에 나선다. 이외에도 전국하나로마트 2420곳은 '추석 명절 농축수산물 대잔치' 판촉 행사를 열어 농축산물, 선물세트 등 1300여개 품목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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