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백신 조달 과정에서 유통업체들의 가격 담합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병관리청이 국가예방접종사업 진행을 위해 백신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 중 담합이 발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 의원실이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재된 ‘질병관리본부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구매’ 결과를 확인한 결과, 최저가를 투찰한 1순위 1곳과 동일한 금액을 투찰한 2순위 8곳이 협상대상에 올랐다. 2순위 8곳 업체의 투찰금액은 모두 1085억3605만7800원으로, 백원 단위 금액까지 일치했다.
이후 입찰결과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업체들에 ‘5곳 이상의 백신 제조사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받아 제출할 것’을 요청했고, 1·2순위 9곳중 유일하게 신성약품만이 제조사 7곳으로부터 받은 확약서를 제출해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업체들이 백신의 단가를 올리기 위해 공급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 아니냐고 추궁하며 “제조사의 공급계약서 제출 여부에 1차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입찰 내용을 보면 업체들이 같은건물을 쓰기도 하는데, 업체들이 단가를 올리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조달계약을 하는 것인데, 가격을 보면 1위가 1곳 2위가 8곳이고, 제조 회사의 5곳 이상 납품서를 받은 곳이 낙찰됐다”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이 우연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가격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제조사 10곳 중 5곳이상이 지난 7월초 8460원에서 8790원으로 백신 가격을 약 300원 올랐다”며 “(계약 가격은) 예산 범위 내에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매상이 낮은가격으로 입찰했다가 공급사로부터 못받았던 사례가 있었다”며 선을 그었다. 정 청장은 “계약은 조달청과 협의해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많은 도매업체가 입찰과정상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 의원의 질의 내용대로 독감 백신 조달과 납품 과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며 “공급자가 제한적이고, 소수의 독과점인 만큼, 투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조달뿐 아니라 해외 수입 백신도 정황상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그부분에 대해 문제점을 인지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소송을 진행 중이며, 정부 차원에서 면밀하게 관찰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 의원은 접종 일정 지연으로 ‘마스크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까지 접종이 보름 정도 지체됐다”며 “이달 말까지 (완료)하는 것이 당초 계획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 장관이 학생들의 등교일수를 늘린다고 했다”며 “그동안 13세부터 18세까지 접종을 (순차적으로) 완료했어야 하는데, (일정 지연으로 인해) 접종을 동시다발적으로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섰던 것처럼, 독감 백신 접종을 위해 줄을 서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박 장관이 “다음달 중순까지 완료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라며 “초기에 생각했던 접종 일정보다 1~2주 정도 늦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전 의원실은 지난 5~6일 이틀 동안 직장인 5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긴급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서 10명 중 4명은 상온 노출 백신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답했다. 복지부가 상온 노출 제품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자녀에게 백신을 접종시키지 않겠다는 응답도 40%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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