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알레르기 질환, 축농증의 특효. 소청룡탕(小靑龍湯)
#글// 김지수 영동한의원 진료원장(침구과 전문의)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 산업사회는 물질적 풍요뿐만이 아니라 갈수록 많은 신종괴질을 불러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코에 관련된 질환만 살펴보더라도 대기오염과 밀폐된 주거환경이 원인이 되어 생겨난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 등이 기승을 부린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질환이 근본 치료가 어려워 만성화 수순을 밟아 현대인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트리고 있다는 점이다. 비염이 축농증으로 발전해 평생 호흡곤란에 시달리게 되거나 후각세포 손상으로 냄새조차 제대로 맡지 못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비염 축농증 등 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것이 감기 등 외부로부터의 원인인지 아니면 내부의 속병으로 인한 것인지를 밝혀내야 발본색원이 가능하다.
현재 한의학에서 코 질환 치료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본처방은 소청룡탕이다. 이를 기본으로 각 개인의 체질에 따라 한약재를 더하거나 빼주는 방식으로 약방을 구성한다.
그렇다면 소청룡탕은 왜, 어떻게 코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비방(秘方)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을까?
첫째는 뛰어난 효능이다. 소청룡탕은 마황, 계지, 오미자 등 총 8가지 한약재로 구성되는데, 땀과 소변을 통해 수독(水毒)을 배출시키는 효능이 특출하다. 수독이란 일명 담음(痰飮)으로도 불리는 비생리적 체액을 가리킨다. 체내에서 생성된 노폐물은 피부, 호흡기, 비뇨기 및 소화기를 통하여 체외로 배설되는데 장기의 기능이 불량하면 노폐물이 제대로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에 정체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독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소청룡탕은 중국 후한 말 장사(長沙) 태수였던 장중경(張仲景)이 쓴 한의서 '상한론(傷寒論)'에 소개돼 약방문이기도 하다. 장중경이여기에다 기침 해소에 도움을 주는 한약재 금은화(金銀花)와 행인(杏仁)을 추가하여 처방하는 것이 코질환 치료 시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법이다.
소청룡탕에 들어가는 한약재 마황은 가래를 삭히고 기관지 확장을 도와주는 에페드린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것은 특히 태음인의 기침을 멎게 하고 천식 발작을 억제하는 작용이 뛰어나다. 이 외에 콧물과 재채기, 코막힘을 없애주는 효능도 발휘한다.
국내외서 실시된 임상연구 결과를 보면 증상개선 효과가 투약 4주만에 15%, 12주 후 40%에 이르고, 20주째엔 치료율이 무려 72%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소청룡탕은 환자의 몸에서 땀이나 소변이 잘 나오게 함으로써 몸에 쌓여있는 수분 때문에 생긴 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2000년 전부터 써온 약이어서 방금 나온 신약과 달리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상한론>에 따르면 “재채기를 하거나 콧물이 나오고 기침을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일 때는 소청룡탕을 먹으면 좋다”고 쓰여 있다. 찬 공기를 쐬어 춥고 열이 있는 증상이 계속되거나 수분 신진대사가 잘 안돼 불필요하게 몸에 수분이 쌓여있어 콧물이 많이 생기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같은 저자가 쓴 또 다른 한의서 '금궤요략(金匱要略)'에도 소청룡탕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물이 코에서 넘쳐흐르는 듯한 환자는 대개 땀을 흘리게 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소청룡탕을 쓴다”고 적혀 있다.
고대 중국 의서는 대부분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약의 효과에 대해서만큼은 증상별로 요령 있게 잘 정리해 놓아 읽으면서 감탄할 때가 많다. 이미 수천 년 전 중국의 의학자들도 추천한 소청룡탕의 효력, 갖가지 코 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아직도 그들에게 의술의 빚을 안고 사는 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