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비문 출신인 이낙연 의원의 당대표 선출 후에도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문재인)세력이 당 내 결정권을 여전히 쥐고 흔드는 모습이 노출됐다. 민주당 출신 정치원로집단 중 하나로 분류되는 ‘동교동계’ 인사들의 복당이 친문세력의 반대로 사실상 차단됐다.
이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동교동계 원로들은 민주당 바깥에서 원로다운 방식으로 민주당을 도와주시리라 믿고 있다”는 한 줄의 입장을 모두발언 말미에 밝혔다. 별다른 맥락도 추가적인 설명도 없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말 중 일부 언론을 통해 이 대표와 정대철 전 의원이 만나 동교동계 인사들의 복당을 논의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그에 대한 공식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친문의 강한 반발에 밀려 정치적 지지기반 중 일부를 잘라낸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동교동계는 민주당의 정치적 뿌리라고 표명하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했거나 지원했던 측근들로 구성된 정치원로집단이지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힘을 실으며 사실상 지금의 친문세력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심지어 정 전 의원 등은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지지하며 대척점에 서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가 2003년 정 전 의원이 새천년민주당 대표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인연이 이어져 있어 4·15총선부터 당대표 선거에서 동교동계가 음·양으로 지원을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최근 동교동계의 ‘결집’과 ‘부활’, ‘복당’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관련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표면화 되자 친문세력이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 근거로 한 여권 원로는 “노인들이 당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 대표에게 전해왔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라며 “갑자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아무래도 차기 대선후보 선정을 위한 당내 경선에 앞서 친문이 이 대표의 선택을 강요하며 정치적 기반을 축소시키려는 일종에 ‘길들이기’ 아니겠냐”고 했다.
전날(11일)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 전 의원과 동교동계를 두고 강도 높게 비난한데 이어 오후 늦은 시간 출입기자들에게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동교동계 인사에 대한 복당 논의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앞으로도 계획이 없음을 밝힌다”고 못 박은 것도 언급했다.
최 수석대변인 페이스북에는 “당과 지도부의 복당 추진 사실이 없음을 잘 알면서도 복당 논의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정대철씨는 더불어민주당에 관심 갖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자신과 주변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공당을 이용하려는 의도는 구태정치”라고 동교동계 인사들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과 증오가 담겨있었다.
전재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 글에서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은 적대행위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은 흔쾌히 문제 삼지 않겠지만, 이쯤 되면 잊혀 졌으면 잊혀 진대로 사는 법을 배우셔야 할 듯하다. 그동안 쏟아냈던 가혹하고도 참담한 그 많은 말들을 어찌 감당하시려고 그러느냐”는 등 정계은퇴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동교동계 한 인사는 “동교동계가 전면으로 나서거나 공개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부에서 복당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반대 입장도 있어 정치활동 재개라는 말은 시기상조”라는 뜻을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대표의 발언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친문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남겼다.
한편 또 다른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을 비롯해 당대표로써의 지도력 확보를 위해서는 친문세력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 대표가 동교동계와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추론도 내놨다. 조언자로서의 경험은 중요하지만 당내 세력이 미비한 만큼 동교동계 핵심관계자 일부에게라도 양해를 구하고 원로로 남아줄 것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 대표도 동교동계 관계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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