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후보 추천이 또 다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은 오늘(26일)까지 야당에게 후보추천위원 추천하라며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야당이 공수처 자체를 반대해온 위원을 내정해 여당의 압박을 사실상 무위로 돌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이 우리가 야당에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추천을 해달라고 요청한 마지막날”이라며 “다행히 국민의힘이 주말사이 두 사람 추천위원 내정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평했다.
이어 “야당의 의도를 두고 많은 설왕설래 있지만 미리 판단하진 않겠다”면서도 “공수처가 조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공당다운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라. 만약 또다시 시간끌기를 한다거나 꼼수와 정략으로 나온다면 의회민주주의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낙연 대표는 “내정된 것으로 보도된 한 분은 세월호 특조위 방해 의혹으로 유가족들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고 자격문제를 제기했다. 나아가 “야당에게 2명의 추천위원 배정한 것은 공정한 인물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것이다. 혹시라도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당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25일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임정혁 변호사와 이헌 변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대검찰청 공안부장 등을 지낸 공안검사 출신이다. 이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맞선 변호사조직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산파역을 맡는 등 법조계의 대표적인 보수인사다.
이에 대해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6일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의힘의 추천위원 내정철회를 강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으로 내정한 임정혁 변호사와 이헌 변호사는 모두 ‘보수강성’ 인사로 이름이 높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이 변호사는) ‘공수처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추천위원회 안에서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는 인터뷰를 한 적 있다”며 “(국민의힘이) 공수처를 위헌기관으로 간주하는 사람이 위헌기관장을 제대로 추천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비판한 후 내정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야당의 추천위원 내정으로 추천위가 꾸려질 여건이 갖춰지더라도 처장후보 2명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을 포함해 7명 중 6명의 찬성이 있어야 추천이 가능하다. 이에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