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해피엔딩? 자, 이제 시작이야 ’산후조리원’ [볼까말까]

출산은 해피엔딩? 자, 이제 시작이야 ’산후조리원’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0-11-03 12:56:48
▲사진=tvN 제공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이야기 속 마지막 문장은 정말일까. 동화 속 행복한 결말이 왕자와 공주의 결혼이듯, 드라마의 해피엔딩도 주인공의 결합으로 맺어지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결혼까지 이어진다면 임신과 출산은 작품 끝 무렵 진정한 해피엔딩을 알리는 장치로 쓰이곤 한다. tvN 새 월화극 ‘산후조리원’은 드라마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임신과 출산, 육아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한 줄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현실적으로 동시에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산후조리원’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 오현진(엄지원)이 재난 같은 출산과 조난급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거치며 조리원 동기들과 함께 성장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배우 박하선이 아들 쌍둥이를 키워내고 이번엔 셋째를 출산한 조은정 역을 맡는다. 배우 장혜진은 드라마의 배경인 산후조리원의 원장으로 출연한다. 대본을 공동집필한 김지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녹여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전파를 탄 첫 회는 오현진이 저승사자와 함께 황천길을 건너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출산 중이던 현진이 저승사자를 보고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연출한 장면이었다. 현진은 저승사자에게 그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다가 “죽을 수 없다”면서 자신의 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또 다시 최선을 다한다. 이후 드라마는 현진의 출산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눠 보여 준다. 굴욕기와 짐승기 등을 거쳐 무사히 출산을 마친 현진은 아기와의 첫 만남이 예상과 달라 당황스럽다. 아이를 낳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아메리카 조차 마음 편히 마실 수 없고, 몸은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우는 아기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출산 직후, 현진은 남편 도윤(윤박)과 산후조리원을 찾는다.

주목하지 않았던 출산과 육아의 민낯을 색다른 시선으로 조명한다. ‘산후조리원’은 출산의 과정을 가족이나 남편의 시선으로 다루지 않는다. 아울러 ‘출산의 모든 고생은 아이를 만나면 잊힌다’는 식의 관습적인 판타지도 거부한다. 다만 출산을 직접 겪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경험과 사건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솔직하면서도 재치 있는 연출이 더해져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낸다. 이 드라마는 출산 후 가족들의 축하를 ‘원하지 않았던 축제’로 비유하며, 그 축제 한복판에서 춤을 추는 현진의 모습으로 그의 상황과 심경을 대변한다. 엄지원은 성공가도를 달리던 상무님에서 고령 산모로 출산을 경험하는 현진을 섬세하게 그려내 몰입도를 높였다.

현실에서 출산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산후조리원’도 마찬가지다. 현진이 방문한 산후조리원엔 각각 상황과 사정이 다른 인물들이 존재하고, 현진은 이들과 함께 다양한 일을 겪으며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산후조리원’의 고군분투 생존기는 이제 시작됐다.

■ 볼까

경험자에겐 공감을 미경험자에겐 공부를. 웃음도 잃지 않는다. 시트콤을 좋아하는 시청자에게 추천.

■ 말까

출산과 육아를 판타지의 영역에만 남겨두고 싶은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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