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 김치 어때요?”…한국인의 기승전 ‘김치’ 사랑

“샤인머스캣 김치 어때요?”…한국인의 기승전 ‘김치’ 사랑

기사승인 2020-11-04 04:30:02
▲사진=샤인머스캣 김치/유일유미점 홈페이지 화면 캡처.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김치게임, 샤인머스캣도 이제 끝났네. 술을 안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없구나”

김치 게임이란 술자리 벌칙 놀이를 말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술자리에서 한 명씩 아무 채소를 말한 뒤 구글사이트에 OO김치를 검색한다. 해당 채소로 만든 김치 레시피가 있다면 당사자는 벌칙으로 술을 마셔야 한다.

‘김치의 민족’ 한국인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 게임의 최후 수단이었던 ‘샤인머스캣’이 더 이상 히든카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샤인머스캣 김치가 등장한 것이다. ‘기-승-전-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인의 지독한 김치 사랑. 최근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김치가 소개되면서 일명 ‘극한 김치’ 레시피가 연일 네티즌들의 화두에 오르고 있다.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샤인머스캣 김치 등장에 위 같은 아쉼움이 쏟아졌다. 놀랍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누가 자꾸 김치 담구는 거야” “기승전 김치. 김치의 민족이다” “끌리는 건 왜지. 내 유전자 속 한국인이…” 등의 댓글이 해당 게시글에 이어졌다.

샤인머스캣 김치는 실제 한 기업이 개발한 레시피다. 김치누룩을 제조·판매하는 ‘유일유미점’이다. 최향숙 유일유미점 대표는 “바쁜 나날을 보내는 현대인이 김치를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과일이나 채소에 바로 버무려 먹을 수 있는 김치누룩 소스를 개발했다”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소스를 접목하려는 시험을 이전부터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최 대표는 “이 과정에서 추석 전 방문한 한 마트에서 선물세트로 쌓인 샤인머스캣들을 보고 문득 옛날 어르신들이 드시던 포도김치가 떠올라 샤인머스캣으로 김치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김치의 짠맛이 샤인머스캣의 단맛을 극대화하면서 단짠(달고 짠맛), 단매(달고 매운맛)의 조합이 잘 어울렸다. 이를 계기로 샤인머스캣 레시피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색 김치는 샤인머스캣 뿐만이 아니다. 각종 SNS에서는 ‘이색김치’라는 해시태그를 단 김치 레시피법들이 공유되고 있다. 토마토 김치, 딸기 물김치, 아보카도 김치, 파인애플 깍두기 등 쉽게 식후 디저트로 즐겼던 과일, 채소가 김치 주재료로 활용되고 있었다.

식품 전문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외출 기피 현상이 이색 김치 개발에 한몫했다고 내다봤다. 이미영 장안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집에 흔히 널린 식재료를 이색적으로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다양한 식재료를 친숙한 레시피에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수는 “샤인머스캣 김치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김치 제조법에 최근 인기가 높아진 샤인머스캣이 적용된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치를 ‘샐러드’처럼 즐기려는 경향도 이색 김치에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풀무원 김치 박물관 ‘뮤지엄 김치간’ 관계자는 “요즘 외국인들이나 젊은 2030 세대들은 냉장고에 넣어 두고 오래 익혀 먹는 김치보다 그때그때 만들어서 먹는 샐러드형 김치를 더 선호한다”며 “젓갈이 덜 들어가고, 양념이 진하지 않기 때문에 김치로 어울리지 않을 듯한 과일을 넣어도 산뜻한 샐러드 느낌의 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샐러드형 김치 선호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뮤지엄 김치간 관계자는 “모든 식재료로 김치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김치의 다양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채식의 영향이 점점 커지면서 젓갈이 넣지 않은, 깔끔한 샐러드형 김치가 더 주목을 받지 않을까 싶다”고 예견했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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