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되짚기’는 너무 많은 정보와 여·야간 정쟁으로 인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국정감사 정책질의들 중 주요 사안을 되짚어보고 재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첫 순서는 집권 4년차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향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인사문제다. 이후 피감기관들의 경영성과와 민생문제 접근방식에 대한 지적사항들을 모아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020년 10월 6일.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향후 26일까지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3개 중복 상임위원회를 제외한 14개 상임위원회가 분야별 피감기관 715곳을 대상으로 짧게는 7일, 길게는 11일동안 감사를 진행했다. 평균 국감기간은 8.6일이다. 휴일을 포함해 국회법 상 ‘30일 이내’로 명시한 기간에는 한참 모자란다.
더구나 올해 국감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사태와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살해사건,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황제휴가’ 의혹, 추 장관의 검찰개혁 시도와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의 반발,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기사건 등 정국을 혼란스럽게 흔드는 사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국정감사를 정쟁의 장으로 바꿔버렸다.
이에 국민의 뇌리에 ‘변화’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최악의 국감’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정치권에서조차 여·야를 막론하고 최근 막을 내린 국감에 대해 정책국감이 정쟁국감이 됐다며 아쉬움과 상대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전혀 일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주목받진 못했지만 일부에선 날카로운 일침들도 이뤄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문제였다. 시작은 국감 직전 제1야당인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내놓은 자료였다. 국민의힘 정책위는 지난달 5일 “공공기관과 정부 산하기관 임원 2727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정부·여당의 코드인사로 의심되는 사례가 17.1%(466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466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거나 친여 성향 시민단체 출신, 더불어민주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었다. 여기에는 전직 국회의원부터 민주당 지역위원장 출신,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였거나 예비후보로 나섰던 이들, 청와대 출신 공직자 등도 대거 포함됐다. 심지어 이강래 전 의원처럼 자리를 옮겨가며 연이어 기용된 경우까지 있었다.
◇ 보훈처 50%, 교육부 52%, 문체부 63% ‘캠코더’… 성과도 ‘낙제점’
특히 국정감사 기간 중 문제가 불거진 정부부처는 국가보훈처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3곳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문체부였다. 지난 7일 문체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문체위 국감에서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캠코더 인사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문체부와 산하·유관기관 62곳 중 기관장이 공무원이거나 공석인 7곳을 제외한 55곳 중 35곳(63.6%)가 ‘캠코더’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당장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지냈던 인물로 대표적인 캠코더 인사다.
이 외에 중앙선대위 부본부장을 지낸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준 원장, 캠프 출신의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더불어포럼 사무처장 출신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충북대 총학생회장 겸 전대협 5기 출신인 이현웅 전 문화정보원장 등도 거론됐다.
캠코더에 해당하는 직책을 가졌거나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공개적으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최윤희 문체부 제2차관이나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 등 친정부적 성향이거나 진보적 인물로 꼽힌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이 의원은 “대선에서 캠프 및 민주당 출신으로 공적을 세운 운명공동체, 코드인사들인데 이들 역시 격렬 지지층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승수 의원은 “(스포츠혁신위는) 거의 다가 친여성향 좌파인사다. 이게 중립 인사냐”고 인사문제를 공개 비판했다.
교육부와 국가보훈처 역시 캠코더의 집결지로 꼽혔다. 국민의힘에 의하면 교육부의 경우 25개 산하기관 중 13곳의 기관장이 코드인사였다. 보훈처는 3개 기관 16개 고위직 중 8명이 문 정부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어왔던 인물이었다.
지난 15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보훈처장에게 “국가보훈처가 국가보은처란 비난을 받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나아가 코드인사의 존재가 아닌 성과나 위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실패한 인사’라고 꼬집기까지 했다.
강 의원은 “정권이 바뀌면 국정철학 공유하거나 정무적 역할을 할 인물도 필요하다. 그러나 보훈처 산하기관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력이 필요해야만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관인데 그게 전혀 안 되고 있다”며 태극기 개양방식조차 잘못 그린 독립기념관의 태극기 전시사업, 내부경영평가 조작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봉민 보훈공단이사장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어 ‘관리과정에 실책이 있었던 듯하다. (공단이사장과 독립기념관장은) 분야의 전문가는 틀림없다’는 박삼득 보훈처장의 해명에는 “내부 경영평가 조작혐의를 받는 인물이 보훈의료를 책임지는 곳 수장이고, 태극기 기본조차 모르는 인물이 관장”이라며 “경영능력도 없고 무능한 낙하산 코드인사로 정책이 흔들려선 안 된다.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 공기업 캠코더에 관피아까지 수두룩한데… 또 내리꽂는 文정부
국토교통부도 대표적인 캠코더 인사의 낙하산 투하지 중 하나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국토부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감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형부가 버스공제조합 이사장을 맡은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국토부 산하 공제조합의 낙하산 인사문제를 거론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버스공제조합을 비롯해 택시·화물차·렌터카 등 6개 사업용 차량 공제조합의 비리와 방만경영 문제를 거론하며 “모든 공제조합이 5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국토부 감사에도 개선이 안 되고 재발 방지 조치가 미흡하다”면서 “‘낙하산 인사’의 명분만 주고 있고, 채용·승진 비리의 백화점 같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해묵은 금융기관의 낙하산 인사문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고개를 내저었다. 정무위 소속 박용진 의원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부터 최근 6년간 은행, 증권사, 생보사, 협회 등 총 117개 금융기관의 기재부, 금융위 전직 경제관료 현황을 공개하며 “금융기관에 재직 중인 경제관료 모피아(금융관료+마피아의 합성어)는 총 207명”이라고 발본색원을 촉구했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15곳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19곳의 임원 28명 중 27명(96.4%)가 모회사에서 파견되거나 겸직 또는 퇴직한 인사들로 채워졌다고 폭로했고, 일감몰아주기 등 공기업 경영악화와 국가재정부담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공항철도에 철도관련 업무와는 큰 연관이 없는 정치인 출신 이후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내정이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임감사로 이인수 전 캄보디아증권거래소 부이사장이 임명된 사례, 한국거래소·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 금융업계 고위직에 전·현직 관료들을 나눠주기하듯 임명하려는 움직임 등도 문제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한 약속이 무색하게 잇따른 코드 인사로 내부 반발과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자질 없는 인사들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개선되거나 자제하는 분위기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는 지난 1일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며 청와대 출신 인사가 대거 배치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이미 실패한 정책라인을 그대로 돌려막기 한, 개선과 노력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도돌이표 인사’, 자기 사람 챙겨주기 위한 ‘보은·코드인사’”라며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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