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믿보배’(믿고 보는 배우)요? 정말 좋은 수식어죠. 그런데 ‘믿보예배’가 되고 싶어요. 믿고 보는 예쁜 배우요. 하하하” SBS 금토극 ‘앨리스’ 종영 이후 화상으로 만난 김희선은 “이런 식의 인터뷰는 처음이라 정말 어색하다”면서도 곧 솔직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취재진을 사로잡았다. 모니터 너머에서 전해진 질문에 털털하고 진솔하게 답변하는 그에게서 변치 않는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김희선은 ‘앨리스’를 통해 두 가지 도전에 나섰다. 휴먼SF라는 장르도 처음이었고, 1인2역도 처음이었다. 시간여행과 평행세계를 밑바탕에 둔 이 작품에서 그는 모성애가 강한 박선영과 시간여행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학자 윤태이 역을 맡았다. 쉽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출연진이 열연을 펼친 덕분에 좋은 성과를 거뒀다. 김희선은 자신의 몫을 충분히 소화하며 호평을 얻었다. 박선영을 통해서는 모성애를 강조하려 애썼고, 윤태이를 연기할 땐 시간이동이나 평행세계의 문제를 풀어나가며 시청자에게 정보를 전할 수 있길 바랐다.
“처음에는 내가 진겸(주원)의 엄마 역할을 한다는 것에 고민이 있었어요. 선뜻 이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지 못했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부정적인 생각이 더 컸고요. 하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욕심이 났어요. 백수찬 PD에게 드라마의 큰 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믿음이 가기도 했고요. 드라마에서 SF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고, 선영의 모성애가 잘 표현된다면 SF적인 부분 또한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모험 반 도전 반, 그런 생각으로 ‘앨리스’ 선택했죠.”
예상치 못했던 화제도 있었다. 초반 등장했던 화려한 액션이 볼거리였다. 김희선은 28년 만에 처음 해본 ‘본격 액션’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힘들긴 했지만 “생각보다 10배는 멋있게 나왔다”며 웃었다. 아울러 “액션이 멋있게 나온 것은 다양한 앵글로 멋있게 촬영해준 덕분”이라며 제작진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극 중에서 20대를 연기할 때 과거 ‘토마토’에 나오던 모습과 똑같은 얼굴이라는 점도 드라마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왜 하나도 안 변했냐고요? 그런 말만 들어도 감사해요. ‘토마토’ 때와 같지는 않은데, 잘 촬영해서 작업해준 덕분이겠죠. 사실 ‘토마토’ 때를 떠올리게 하고 싶어서 비슷한 헤어밴드도 하고 곱창밴드도 손목에 해봤어요. 저를 오랫동안 봐주신 분들은 일부러 비슷한 포인트를 줬다는 걸 알아차리셨을 거예요. 하지만 어떻게 똑같겠어요. 많이 변했죠. 특히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웃음)”
20대와 30대 때 ‘토마토’ 같은 로맨틱 코미디물로 스타덤에 오른 김희선은 최근 보다 다양한 색채의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앵그리맘’ ‘품위있는 그녀’ ‘나인룸’ 등 ‘앨리스’에 앞서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은 장르물이다. 김희선은 “뻔하지 않음”을 장르물의 매력으로 꼽았다. ‘앨리스’를 통해 SF 장르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으니, 또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에 비해 장르물의 설정이 독특한 것 같아요. 장르물을 작업하면서는 다음 대본이 기다려지더라고요. 시청자의 입장에서 다음 내용이 궁금한 재미도 있고요. 촬영하는 동안엔 힘들지만, 내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저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죠. 앞으로도 또 장르물을 하고 싶어요.”
김희선은 많은 후배 배우들의 롤모델로 꼽힌다. 데뷔 이후 지금껏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왔고 연기력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덕분이다. 예능에서 보여주는 쾌활함 또한 김희선만의 매력이다. 이에 관한 소감을 묻자 김희선은 처음과 같이 큰소리로 웃으며 김희선다운 대답을 내놨다.
“롤모델이요?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웃음) 너무 바르지도 않고 너무 어긋나지도 않은 저 같은 콘셉트가 괜찮은 것 같아요. 롤모델 삼아주신 분들께는 감사해요. 더 꾸밈없이 솔직하게, 거짓말하지 않고 이 모습 그대로 앞으로도… 이미 25년 넘게 이렇게 했으니까요. 하하하.”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