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의 노래들 [ID; Better]

보아의 노래들 [ID; Better]

기사승인 2020-12-05 08:25:24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가수 보아가 노래와 춤을 모두 잘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보아가 작사와 작곡, 편곡까지 잘한다는 건 아직 그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 보인다. 2002년부터 꾸준히 자작곡을 선보인 보아가 송라이터로 지금까지 작사나 작곡에 참여한 작업물은 약 90여 곡에 달한다. 결과물의 숫자만 많은 것은 아니다. 자작곡으로 채워 2015년 세상에 내놓은 한국 정규 8집 앨범은 팬들의 사랑뿐 아니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보아는 그해 한국 아이돌 중 처음으로 한국저작권협회 정회원에 오르기도 했다.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보아가 선보인 노래들 중 몇 곡을 소개한다. 찾아 듣는다면 놀랄 수도 있다. “이게 보아가 만든 노래였어?” 혹은 “이렇게 좋은 노래를 만들었어?” 그리고 더 많은 보아의 노래들을 찾아 듣게 될지도 모른다. 

▲보아 2.5집 ‘미라클’ 재킷


‘낫띵스 고나 체인지’(Nothing’s gonna change)

보아가 처음 선보인 자작곡이다. 2002년 3월 발매한 일본 정규 1집 앨범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에 12번째 트랙으로 수록됐다. 일본 번안곡이 주로 실린 한국 2.5집에도 실렸다. 일본어 가사와 한국어 가사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겨울 하늘을 보며 멀리 떨어져 있는 ‘그대’를 그리워 하는 화자가 함께 했던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노래한다. 담담해서 오히려 더욱 애절한 보아표 발라드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보아의 발라드는 몇 곡 더 있다. ‘문 앤 선라이즈’(Moon & Sunrise) 보아가 16세 때 일본에서 홀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며 느낀 마음을 노랫말로 표현한 곡이다. 시각적인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가사가 돋보인다. 보아가 한국어 가사를 작업한 ‘메리-크리’도 12월 빼놓을 수 없는 발라드다. 

▲보아 정규 7집 ‘온리 원’ 재킷


‘온리 원’(Only One)

보아의 첫 자작곡 타이틀이다. 보아는 한국 정규 7집 ‘온리 원’에서 동명의 자작곡을 타이틀로 내세웠다. ‘낫띵스 고나 체인지’를 시작으로 자작곡을 꾸준히 낸 지 10년 만의 일이다. 노래를 듣는 감각이 좋은 것으로 유명한 이수만 프로듀서가 타이틀로 적극 추천했다고 알려졌다. 보아는 데뷔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노래를 자신의 베스트 명곡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어쿠스틱하고 감각적인 멜로디와 이별하는 순간까지도 ‘온리 원’이라는 마음을 담은 가사는 그간 보아가 선보였던 타이틀곡들과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안무가 내피탭스가 작업한 퍼포먼스도 화제였다. 보아는 그간 스페셜 무대 마다 유노윤호, 태민, 은혁, 세훈, 황민현 등과 ‘온리 원’ 퍼포먼스를 펼치며 조금씩 다른 느낌의 무대를 만들었다.

▲보아 정규 8집 ‘키스 마이 립스’ 재킷


‘그린 라이트’(Green light)

2015년 나온 한국 정규 8집은 보아의 디스코그래피 중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당시 데뷔 15주년을 맞은 보아는 앨범에 실린 12곡 모두에 작사·작곡·프로듀싱으로 참여했다. 앨범 준비 단계부터 전곡을 직접 작업하겠다고 작정했지만, 쉽지 만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러나 보아는 자신이 경험으로 쌓아 온 역량 안에서, 당시 보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반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다채로운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선공개곡 ‘후 아 유’(Who Are You)는 다이나믹듀오의 개코가 피처링했고, 작곡가 황현, 정재일 등이 곡 작업에 참여했다. 앨범의 수록곡 중 ‘그린 라이트’는 가볍게 들을 수 있는 팝이다. 사랑은 무엇인가, 정답 없는 질문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경쾌하게 풀어냈다.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숨겨진 명곡이다.

▲사진=보아 정규 10집 ‘베터’(Better) 이미지


‘리틀 버드’(Little bird)

‘마침내 난 꿈을 이뤘죠/넘어진 만큼 더 높이 뛸 수 있었죠/날다 보면 가다 보면/내 세상 열릴까/이 눈물의 의미를 마침내/알 수 있을까’ 보아의 한국 정규 10집 마지막 트랙 ‘리틀 버드’의 가사다. ‘작고 여리기만 한 나는/세상이 마냥 신기하고 두려웠’지만 ‘주저앉아 울며 견딘 외로운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꿈을 이룬다. 2000년 여름 우리 앞에 나타난 보아가 그동안 거쳐온 길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다. 하지만 이 노래를 가만히 들어 보면 시점이 절묘하게 바뀌며,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듯한 구성 덕분이다. ‘이젠 나도 외로움이 많아요/커버린 내 몸을 가눌 힘이 없어요’라고 고백한 현재 화자는 곧 ‘세상아 날/따뜻하게 안아줘/너의 품에 태어난 걸/기억할 수 있게’라고 노래한다. 20년 전 긴 여정을 시작해 여전히 비행 중인 아티스트의 진솔한 고백 처럼 다가오는 노랫말이다.

inout@kukinews.com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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