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위기 극복을 위한 생존 전략 마련에 총수들의 의지가 엿보인 한해다. 아울러 몇 해 전부터 이어진 세대교체 기조는 올해도 이어졌다.
LG그룹을 필두로 이어진 주요 그룹의 연말 임원인사 기조는 내실을 기반으로 한 '위기관리'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기조는 삼성·현대차·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다르지 않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코로나19 경영 위기에 대부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유임시키며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를 단행했다. 권영수·신학철·차석용 부회장 등 3인의 부회장단과 주요 계열사 CEO 대부분을 유임시키며 경영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등 기존 3인 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인사를 단행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전례 없는 계열사 CEO 전원을 유임시키며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를 단행했다.
위기 극복 해법으로 많이 거론된 것은 '미래사업' 강화다. 이를 위한 과감한 인재 발굴 및 젊은 피 수혈이 이뤄졌다.
구광모 회장은 124명의 신규 임원을 승진,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하며 미래 성장 사업 추진을 가속화 했다. 신규 임원 승진자 중 19.4%에 해당하는 45세 이하 임원 24명을 선임하며 미래 CEO 후보군을 강화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력 중의 주력인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에 이정배 D램 개발실장, DS부문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장에 최시영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뉴 삼성'을 위한 변화와 혁신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올해 이정배 사장은 53세, 최시영 사장은 56세다.
올해 회장으로 취임 후 첫 임원 인사를 단행한 정의선 회장은 신규 임원 승진자 30%를 미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사업군에서 배출했다. 또 도심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승진 인사도 실시했다.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을 제시해 총체적 가치를 높여 나가자는 경영전략인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그룹 계열사 CEO들은 내년에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이는 원년으로 삼기로 했다. 아울러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 국내 수소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다는 계획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0월 2020 CEO 세미나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 재무 성과 중심의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며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올해는 재계의 '1·2세 경영시대'가 완전히 저물고 '3·4세 경영시대'가 공식적으로 열렸다.
삼성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로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 시대'를 공식화했다.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총수(동일인)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하면서 '이재용의 삼성'이 본격화했었다.
현대차도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면서 3세 경영 체제의 막을 올렸다. 정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 및 수소 사업기업으로 변화를 추진 중이다.
구광모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타계로 회장 자리에 오른지 3년 만에 그룹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그간 조력자였던 '삼촌' 구본준 고문이 계열분리해 나가면서 '4세 경영 시대'를 본격화했다.
이로써 국내 경제를 이끄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모두 60세 미만의 젊은 총수 체제의 3·4세 경영시대가 활짝 열렸다. 최태원 회장이 61세(60년생)로 최연장자이고 이재용 부회장 53세(68년생, 정의선 회장 51세(70년생), 구광모 회장 43세(78년생) 등이다. 젊은 총수라는 공통분모로 이들 총수들은 친목 도모를 하며 경제현안 등의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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