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공매도가 나쁜 건가요?

[알경] 공매도가 나쁜 건가요?

[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줄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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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전하고자 합니다.

기사승인 2021-01-13 05:55:01
사진=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오는 3월 공매도 금지조치 만료를 앞두고 논란이 뜨거웠죠. 공매도 재개 반대 목소리를 내는 투자자들이 늘자 정치권에서도 추가 연장을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조치를 예정대로 해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면서 재개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3월까지 남은 시간 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의식한 정치권에서 추가적으로 압박이 나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쓰는 투자 기법입니다. 고가에 형성되어 있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를 하고, 해당 종목의 주가가 예상대로 떨어질 경우 다시 되사서 갚는 방식이죠.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지만, 되려 급등하면 막대한 손실을 보기도 합니다. 국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여러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공매도와 주가하락의 인과관계는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유독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미움을 받습니다. 물론 주가의 무한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주가 하락으로 이득을 보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좋게 보일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에 널리 퍼진 편견처럼, 공매도 자체가 시장에 부정적인 기능을 가진 제도는 아닙니다. 주가가 지나치게 과열된 상태에서 주식 매수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면, 피해도 그만큼 커지겠죠. 이때 공매도가 적정 가격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기업들을 골라내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공매도가 어떤 투자기법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활용 사례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적정가격 이상으로 과열된 기업, 주가가 높은데 경영이나 실적 구조가 불투명한 기업들에 주목합니다. 타켓을 잡으면 조사와 분석에 나서고, 의심징후를 발견하면 주가하락에 베팅하죠.

공매도 투자 성공사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미국 대기업이었던 엔론의 회계부정 사례입니다. 공매도로 이름을 날리는 유명한 투자가인 짐 채노스는 엔론의 회계장부 조작 조짐을 포착합니다. 엔론 회계부정 의혹은 결국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엔론은 15억달러(당시 1조4000억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결국 상장폐지됐습니다.

지난해 나스닥에서 퇴출된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도 공매도 성공사례입니다. 공매도 투자기업 머디워터스가 루이싱커피의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루이싱 커피가 머디 워터스의 주장에 강력 반발하면서 논란이 뜨거워졌죠. 끝내 결국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나면서 나스닥에서 물러나게 됐죠.

공매도를 활용한 투자가 항상 성공하는 것 만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테슬라죠. 테슬라의 주가가 폭등하자, 공매도 투자자들은 미래가치를 보아도 현 주가가 지나친 상승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거 주가하락에 베팅했죠. 그러나 이런 예상을 비웃듯, 테슬라 주가는 더욱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상승폭만 600%가 넘습니다.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예상했던 공매도 투자자들은 지난해에만 380억달러(약 42조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공매도가 계속해서 금지된다면, 오히려 증시에 부정적이라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과열장에서 리스크에 대비할 수단이 없다는 이유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기관에 일방적으로 '공매도 당한다'는 인식이 있었죠. 개인 투자자들은 시스템과 신용의 제약으로 인해 주식을 원활히 빌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더 유리한 여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는 개인 투자자들도 공매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인들에게 공매도용 주식을 빌려주는 시스템이 열립니다. 개인들이 증권사를 통해 증권금융에서 주식을 대여해 공매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대여 가능 주식 종류와 대주 증권사를 확대하는 방식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법이 더욱 다양해질 수 있는 거죠. 부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투자 기법의 하나로, 리스크에 대비하는 참고 지표로 적극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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