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누가 먼저 맞을 것이냐, 언제까지 접종을 마쳐야 집단면역의 효과가 발생할까 등을 두고 논쟁의 불씨가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언론이 기름을 부었다. 주요 언론들은 12일 백신접종 우선순위를 담은 정부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가장 처음 백신을 맞을 수 있는 1순위 집단은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 생활 노인’이다. 이어 2순위는 ‘코로나 고위험 의료기관 요양시설 종사자’, 3순위는 ‘보건소 직원 등 코로나 1차 대응요원’, 4순위는 65세 이상 노인, 5순위는 기타 의료기관 종사자다.
고위험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감염될 경우 격리 등에 처해져 치료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고 목숨을 위협받는 ‘고위험 만성질환자’는 6순위로 밀렸다. 고위험군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위험성이 높은 ‘중위험 만성질환자’는 7순위다.
심지어 동부구치소 사태에도 불구하고 ‘교정관련 시설 수감자 및 직원’과 ‘전력·수도·가스 등 필수산업 종사자’가 10순위로 별다른 건강상 문제가 없는 50~64세 성인(8순위)이나 경찰·소방공무원·군인(9순위)보다 늦게 백신을 맞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만성질환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일부 만성질환자, 특히 난치성 소아환자 등의 경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전국에 몇 곳 안 돼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망할 수도 있다”며 “도대체 누가 이런 우선순위를 정했는지 따지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치권에서도 문제제기를 이어갔다. 정부의 백신접종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서정숙 의원은 “일종의 격리시설인 요양병원 노인들은 1순위로 두고 외부와의 접촉이 가능한 의료진은 2·3순위로 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동부구치소와 같은 교정시설은 10순위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문가들은 백신접종의 핵심은 감염의 고리와 죽음의 고리를 동시에 끊어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생명의 위협에 노출된 고위험군의 예방을 우선해 죽음을 막고, 활발한 활동인구의 접종을 통해 감염전파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행정편의적이고 여론친화적 접근이 아닌 냉철한 이성과 전문적 결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설명자료를 통해 “우선접종 권장대상 등 접종 순서, 시기, 범위 등에 대해서는 현재 전문가 논의와 의견수렴을 통해 면밀하게 검토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세부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불어 “정부는 최대한 신속한 예방접종과 집단면역형성(인구의 70% 이상 접종)을 추진하기 위해 대부분의 백신이 2회 접종인 점을 감안해 성인(19~49세)도 3분기부터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만성질환자나 코로나19로 인해 치료가 어려워지는 환자들에 대한 고려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서 의원은 당정 논의로 진행되는 코로나19 대응의 근본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당장 정부여당이 백신접종 기간을 9개월로 설정한 것을 두고 “9개월 동안 장기에 걸쳐 이뤄질 경우 초기 우선 접종받는 고령자의 면역항체가 소실돼 면역력이 없어질 우려가 있다”며 120일 이내에 전국민의 60~70% 이상에게 접종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질본관리청 내 구성된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의 전문성을 두고도 “2015년 메르스 대응 당시와 달리 민간 전문가의 역할은 자문에 그치고 있어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실무단위 정책결정에 직접 투입되지 못하는 조직구조”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참여 전문가조차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조직 재편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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