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한국역학회, 한국환경법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환경독성보건학회는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줌’을 통해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무죄 판결의 학술적 검토’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지난 1월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 판단에서 아쉬움을 느낀다’는 게 공통 의견이었다. 학회 대표로 의견 발표에 나선 정해관 대한예방의학회장은 이날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건국 이래 최대 환경의료보건 재난”이라며 “이번 가습기살균제 1심 무죄판결은 민·형사적 책임 판단에 있어 과학적 논리와 결론에 대한 법적 판단이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 소송의 무죄추정 원칙을 환경 소송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기업이나 개인에 책임을 물릴 수 없다. 피해가 현저하고 광범위함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 대한 책임은 사전 예방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 학회에서도 의견을 지지했다. 정훈 한국환경법학회장도 “환경문제에 있어서 합리적 의심 없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환경 피해에 대한 보호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판례가 이미 나온 바 있다”며 “1심 재판부가 환경·보건의료문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고전적인 형사법적 증명에 매몰돼 있던 점에 아쉬움을 표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구정완 대한직업환경의학회장은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실관계를 부정한 이번 판결이 앞으로 이어질 법정 다툼에서 피해자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거란 우려가 든다”며 “과학적 근거에 대한 오독을 근거로 오판이 이뤄져 유감이며 연구자들은 이를 바로잡을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내다봤다.
과학과 법적 판단 영역이 구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원호 한국환경보건학회 회장은 “관련 전문가로 연구팀(또는 협의회)을 구성해 CMIT/MIT 사용으로 인한 폐 질환 피해자들에 대한 심층조사를 수행하도록 하며 인과관계를 제시하도록 추진해야 한다”며 “이 결과를 법정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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