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리더십으로 '기업 길잡이'...박용만 상의 회장이 남긴 것

소통 리더십으로 '기업 길잡이'...박용만 상의 회장이 남긴 것

규제 해결사 자처···"낡은 규제로 쓰러지는 젊은 기업인 없어야"
세계 최초 민간 주도 '규제샌드 박스 지원 센터' 출범
퇴임 후 경험·인적 네트워크로 경제계 조력자 활동할 듯

기사승인 2021-02-19 06:00:20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입법과 규제로 가기 전 단계에 소통과 논의를 통해 현명한 해결을 도출하도록 대한상의가 그 통로가 되고자 합니다."<2013년 8월 21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사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취임 일성은 '기업의 길잡이 역할'이었다. 그는 2013년 손경식 회장 후임으로 대한상의 회장 자리를 이어받아 다음 달 퇴임한다. 박 회장은 지난 10년 가까이 경제계의 권익 대변과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며 대한상의를 국내 경제계를 대변하는 명실상부 '경제1 단체'로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소통과 소탈 리더십'으로 대변되는 박 회장은 국정농단사태로 유명무실해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대신해 경제계와 정치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내며 국내 경제계에 단단히 박혀 있던 미운털을 뽑아낸 경제계 대표 얼굴이기도 하다.

전임인 손경식 회장 후임으로 자리를 이어받아 잔여임기를 수행한 후 2015년 3월 정식으로 제22대 대한상의회장에 선출된 박 회장은 다음 달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한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정·재계 소통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 간 것으로 유명하다. 취임 후 1년간 해외 출장 50회, 비행거리 27만9000km를 기록할 정도였다고 한다. 국회 방문 횟수도 50차례 가깝다.

정식 임기를 시작한 2015년. 박 회장은 대한상의 외연을 확장하며 그간 국내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전경련이란 등식을 깨트리며 대한상의를 경제계 대표 창구로 올려놓는다. 전경련은 대기업 중심의 재벌기업의 이익 대변만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과 달리, 대한상의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목소리까지 아우르는 단체라는 점이 부각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소통을 중시하고 대중적이면서도 활동적인 친근한 이미지로 정평 나 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며 젊은 세대와 양방향 소통을 해왔다. 그의 SNS 팔로워 수만 1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성격 탓일까, 유독 젊은 기업가들에게 쏟은 박 회장의 애정은 남다르다.

박 회장은 규제 앞에서 좌절하는 젊은 기업인들을 위해 스스로 규제 해결사를 자처하며 20대 국회를 16번이나 찾았다. 그때마다 "젊은 기업인들을 옥죄는 규제를 없애 줄 것"을 국회에 호소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였다. 2019년 기자간담회에선 "동물국회 식물국회로 불리는 20대 국회와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 경제 입법을 가로막지 않기 바란다"고 작심발언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혁신을 도모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지만, 규제로 인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법 지연이나 소극 행정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샌드박스입니다"<2020년 5월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에서>

박 회장이 규제 해결사를 자처한 것은 낡은 규제로 좌절하는 젊은 기업가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 민간 주도로 세계 처음으로 탄생한 이 센터는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것처럼 혁신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주기 위한 젊은 기업가들의 울타리 역할을 한다.

이 센터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벌써 발굴한 혁신과제만 200여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장벽으로 빛을 보지 못 할 뻔한 공유경제서비스 같은 기술이 이 센터를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됐다.

박 회장은 최근 규제샌드박스 2주년 출범 성과보고회에서 대한상의 회장 재임 기간 7년 동안 가장 보람된 일이 샌드박스라고 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7년간 가장 보람된 일은 샌드박스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혁신의 물꼬를 터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기 만료를 앞둔 박 회장의 거취에 재계는 그동안 그가 쌓아온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로 경제계를 위한 역할을 찾아 활동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직 외에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중공업과 상반기내 인수합병이 이뤄질 예정이다. 따라서 경영복귀는 사실상 어려워 이런 예측에 힘이 실린다.

한편 1982년 두산건설 입사를 시작으로 두산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친 박 회장은 2012년 4월 두산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4년만인 2016년 큰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 준 뒤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맡고 있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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