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최종 후보 결정을 위한 각 당의 경선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범야권 제3지대 단일화 서울시장 경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승리했다. 그러나 서울시장을 향한 안 후보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다.
안철수‧금태섭 후보 측은 1일 국회에서 “100% 국민 여론 조사 방식으로 치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제3지대 단일화 경선 결과 안 후보가 승리했다”고 밝혔다. 첫 문턱은 넘었지만 두 후보의 인지도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변이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 앞에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오는 4일 결정되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범야권 단일화를 두고 다시 경선을 치러야 한다.
물론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안 후보의 토론 능력이다. 정치인은 흔히 말해 ‘메시지’가 중요한 직업이지만 그동안 그는 토론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대선 때는 ‘MB아바타‧갑철수‧실망입니다’ 등 수많은 표현으로 입방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8일 채널A 주최로 열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제3지대 후보 단일화 TV토론에서도 말실수가 있었다. 그는 인천공항공사 사태를 언급하며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면서 고생했던 취준생의 기회를 박탈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던 안철수-금태섭 범야권 제3지대 단일화 토론과는 달리 국민의힘 측 후보 1인과의 토론회는 조금 더 거친 분위기에서 공방이 오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범야권 단일화 최종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이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파상공세 역시 견뎌내야 한다.
국민의힘과 경선룰을 두고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단일화 방식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론조사 문항을 두고는 신경전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정당 인지도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탓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정당명보다 후보자의 이름을 염두에 둔 문항 구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안 후보가 최종 경선에서 승리해 범야권 대표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출마 기호다. 국민의힘 측은 줄곧 안 후보가 ‘기호 4번’이 아닌 ‘기호 2번’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 어느 경우라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4번으로 출마하면 보수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28일 MBN 시사스페셜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이겼다고 했을 때 4번을 달고 끝까지 선거에 간다면 2번을 지지하는 분들이 얼마나 자연발생적으로 선거운동을 돕고 투표장에 가서 열심히 찍겠는가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반면 2번으로 출마하면 ‘중도층’의 이탈이 예상된다. 사실상 ‘입당’이나 ‘합당’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 후보는 최근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탓에 ‘친박 아바타’ 이미지가 덧붙여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울시장을 넘어 대권을 바라보는 그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범야권 제3지대 경선 승리 이후 안 후보는 빠른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종 후보 선출 과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최종 결선에 나서는 후보와 정당은 단일화 과정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뜨거운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그 어떤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는 즉시 만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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