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년간 수사에서 삼성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 가치는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터무니없는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박정제)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관계자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지난 11일 오후 2시에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의 치열한 법리 공방으로 재판시작 7시간 만인 오후 9시께 마무리됐다.
검찰의 공소 제기는 '불법 경영권 승계'로 압축된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이 모든 조직의 역량을 동원한 불법 승계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삼성이 합병비율과 시기를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조정했고,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았던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고 구 삼성물산 주가를 끌어내려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그러나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불법 승계는 없었다고 맞서는 중이다.
먼저 합병시점과 관련해서 "검찰은 모직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 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공소장에 '모직 고평가'는 3번, '물산 저평가'는 16번 언급되고 '자본시장법', '업무상 배임'이 지속 언급되고 있다"며 "검찰은 모직 고평가, 물산 저평가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시기에 합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제일모직 고평가와 관련 변호인단은 "상장 이후 물산 주식이 계속 상승세에 있었던 것은 맞다. 모직이 상승한 배경에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대감 등 사업의 긍정적 평가가 기초된 사항이었다"며 "검찰의 주장처럼 모직이 고평가돼 급락 우려가 있었다면 기관 투자자들은 모직을 팔아 손실을 최소화했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상장 이후 합병 발표전 까지 4669억원을 순매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저평가와 관련해 "검찰은 총자산, 영업이익, 증권사 목표주가를 예시로 물산이 저평가라고 언급(주가 순자산비율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한 주당 몇 배로 매매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한 주가 기준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1을 기준으로 낮으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다.
검찰의 합병문제 지적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다른 그룹, 다른 기업도 승계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은 얼마든지 많은 사안이다. 오히려 이 합병에 대한 전망도 사건 전에 많았다"며 "판례도 특정인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 부당하다고 판결하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그러면서 "합병을 통한 경영권 안정을 도모했다. 프로젝트G 문건에도 구물산 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취약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고 합병이 경영권 안정을 위함임에 동의한 다른 주주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업종의 두 기업 실적을 기반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건설업 기반의 구 물산은 업황 부진으로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었다"며 "합병시기를 늦췄다고 해서 구 물산 주주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제일모직 주가 부양을 위해 회계 분식 및 허위사실 공표했다는 검찰 주장도 변호인단은 일축했다.
변호인단은 "지배력 평가를 달리했다고 거짓, 허위라고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2015년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의 당부는 2012년부터 2014년 로직스가 에피스를 단독지배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2년부터 2014년 에피스는 로직스가 단독지배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12~14년 에피스 단독·공동 지배 여부에 대해 일관성 없이 판정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야기했다"며 "검찰은 바이오젠 콜옵션과 사전동의권이 언제든지 행사 가능하다는 논리로 '공동' 지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에피스에 대한 객관성 신뢰성 있는 공정가치 평가는 첫 상업화 단계에 비로소 가능하다"며 "에피스 기업가치조차도 12년에 2조3000억원으로 추산됐고, 15년에는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치평가가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로직스 회계 처리는 분식회계가 아님을 다시한번 명확히 했다. 변호인단은 "실제가치가 0.3조원에 불과한데도 4조8000억원으로 부풀리는 통상적인 분식회계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결국 이 사건은 전형적인 분식회계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계전문가들도 로직스 회계처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2015년 회계처리 과정에서의 문제 주장에 대해 변호인단은 "자회사가 잘됐는데 모회사가 자본잠식 등 어려움을 겪는 것은 난센스"라며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는 지극히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처리일 뿐"이라고 밝혔다.
2014년 콜 옵션 주석 공시와 관련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 아니다. 주석은 회계처리 판단에 대한 근거를 남기는 것"이라며 "검찰이 문제 삼는 것은 유의적인 판단이나 가정의 정보가 아니고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위반사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문제삼는 내용은 상세함이 부족했을 정도의 문제일 뿐이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거짓 공시라 할 수 없다"며 "검찰의 공동지배 주장을 받아들여도 이는 '지배력 판단 부분'의 문제이지 콜옵션 관련 내용이 아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마지막으로 "회사의 재무정보는 주식투자 참여자의 투자판단 정보다. 로직스는 지속해서 시장에서 성장 중이고 투자자들이 검찰의 주장을 동의하는지 의문"이라며 "이 사건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의 여부이지 합병의 사후적 불법 여부가 아니다. 법리적·회계적 근거에 따른 재판을 바란다"고 강조해다.
한편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끝으로 본 재판이 시작하는 오는 25일 검찰과 변호인단은 '합병 성격'을 놓고 불꽃뛰는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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