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은 한 마디도 안 나오지만, 그동안 발표했던 디스곡 중에 가장 센 노래가 아닐까 싶어요.”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김디지는 2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힙합 1세대로 20년 넘게 활동 중인 그는 이 노래를 작사·작곡·편곡한 장본인이다. 평화를 염원하는 노래에 ‘디스곡’이라니. 김디지는 덧붙였다. “미얀마 군부는 이 노래를 싫어할 걸요?” 듣고 보니 그랬다. 그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국가가 국민에게, 군인이 민간인에게 총구를 겨누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김디지가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를 만든 건 이달 초다. 서울 신사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원재 대표에게 ‘미얀마를 위한 노래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피 흘리는 아이들과 무릎 꿇은 수녀들을 보며 ‘저들이 내 딸이고, 남매고, 어머니일 수 있다. 저들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가사를 썼다. 레게 풍 멜로디는 가수 스컬이 불렀다. 스컬은 새 음반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미얀마를 돕자는 취지에 공감해 선뜻 참여했다고 한다.
노래 제목인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응원하고 시위대의 안녕을 바라는 구호다. 여기엔 비극적인 사연이 얽혀 있다. 지난 3월3일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19세 여성 치알 신이 군경의 총격에 맞아 숨졌다. 당시 치알 신이 입고 있던 티셔츠에 적힌 문구가 바로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2월1일 쿠데타 이후 지난 20일까지 민간인 700명 이상이 군경의 폭력으로 사망했다.
미얀마를 응원하는 김디지와 스컬의 목소리는 뭇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원재 대표는 MPA(Myanmar Pressphoto Agency)에 연락해 시위 사진 사용을 허락받았다. 광주 사진작가들은 직접 촬영한 미얀마 사진을 건넸고,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우리 국민의 세 손가락 인증사진을 모아줬다. 사진을 엮어 뮤직비디오로 만든 건 MBC 소셜미디어 브랜드 14F 팀이다. 지난해까지 MBC ‘스트레이트’를 진행했던 조승원 기자가 양쪽을 잇는 가교가 됐다. 조 기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셨다. 특히 MPA가 제공한 사진은 목숨을 걸고 촬영한 것들”이라고 말했다.서울에서 양곤까지 3787㎞. 그럼에도 이들은 미얀마의 현실이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도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리며 싸웠잖아요. 미얀마 사람들도 우리의 민주화운동이나 촛불집회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대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거죠.”(조 기자) 김디지는 지인을 통해 ‘태국에서 만난 미얀마 국민에게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를 불러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와 스컬의 SNS엔 미얀마 국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군부가 인터넷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기적 같은 반응”(조 기자)이다.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는 유튜브 외에 멜론·벅스·지니 등 음원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음원 수익금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전액 기부된다. 김디지는 “최대한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미얀마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랄 뿐”이라며 “미얀마에 평화가 찾아오면, 직접 양곤에 가서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소망했다.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CLxFXpbSR2g
wild37@kukinews.com / 사진=‘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 뮤직비디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