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상장폐지 위기를 겪고 있는 속옷전문기업 '㈜좋은사람들'이 대표집행임원 변경에 나섰다. 이종현 대표이사를 자리에서 내리고 대표집행임원제도를 둔 지 불과 한 달 만의 변화다. 신임 대표집행임원은 이 전 대표이사가 사임했던 지난 4월 퇴직했던 인물이다. 이를 두고 사내에서는 사측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발도 나온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좋은사람들은 대표집행임원을 변경했다. 신임 대표집행임원은 좋은사람들의 류형철 이사(생산본부장)다.
다만 이번 사측 결정이 석연치 않다는 내부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좋은사람들 내부 관계자는 "이번 신임 대표집행임원에 이름을 올린 류형철 이사는 이종현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났던 지난 4월 퇴직했던 인물이다. 그가 핵심부서를 장악하면서 돌아오게 된 데에 의구심을 갖는 내부 평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집행임원제도란 회사 선택에 따라 대표이사에 갈음하는 기구를 설치해 회사의 업무집행과 회사대표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좋은사람들은 대표이사 공석 탓에 대표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4월 당사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종현 전 대표이사를 사임했지만 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좋은사람들 대표집행임원에는 백승륜 좋은사람들 부사장과 최문석 좋은사람들 이사가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 전 대표이사를 둘러싼 횡령 및 배임 의혹도 짙어지는 상황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소속 좋은사람들지회는 '라임사태와 연관된 (주)좋은사람들 전 대표이사 횡령 및 배임 관련 구속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오는 27일 열 예정이라고 지난 24일 밝혔다.
이들은 이 전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30억원을 빌리고 회사가 60억원에 해당하는 연대보증 계약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유상증자를 남발했는데, 허위 기재로 드러난 자금 출처 중 라임사태와 연루된 사업장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노조는 27일 기자회견 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이 전 대표이사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소액주주들도 이 전 대표 체제 경영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좋은사람들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1일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이종현 대표는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서 직무를 집행해선 안 된다"며 "법원에서 정하는 적당한 사람으로 위 직무를 대행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좋은사람들 주식 거래는 정지된 상태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는 좋은사람들 감사보고서가 '의견거절'을 받아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 회사 자산 취득·처분, 매출채권 및 미수금, 수수료 등 다수 거래 관련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감사 담당 '한올회계법인' 측은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이의신청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주식 매매 거래가 정지되자 사측은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좋은사람들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재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운영 사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감사의견 거절에 대한 조속한 해소 및 거래 재개를 위해 전문가 협조하에 최선을 다해 대응할 예정이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했다.
좋은사람들은 1993년 방송인 주병진씨가 설립한 속옷 전문기업이다. 1997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미래에셋 출신인 선경래 지앤지인베스트 회장이 주씨에게 경영권을 인수했다.
2019년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 이종현씨는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을 이용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현재는 보디가드, 섹시쿠키, 예스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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