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 참여한 기업들이 다양한 볼거리와 향후 배터리 사업의 방향 등을 소개하고,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관람객부터, 직접 기업 관계자에게 질문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기업 관계자들이 먼저 관람객에 다가가 관람객 질문에 성의 있는 자세로 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전시장 곳곳에선 실생활에 쓰이는 배터리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관리하는 시스템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실물을 진열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실물이라고 해도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디에 쓰이는지는 간단히 적혀 있는 안내문이 전부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대기하고 있던 기업직원들이 슬쩍 다가와 주요 기능과 사용처, 작동 원리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ESS는 전력을 충전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일종의 배터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나의 장치라기보다는 전력을 저장하는 시스템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력을 저장하는 배터리 부분과 공급된 전류를 직류로 전환해 배터리를 저장하는 역할과 직류전류를 전류로 변환해 방전할 수 있는 PCS로 구분됩니다."
이번 행사에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이 현대차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파트너십을 이끈 배터리 기술력 전시에 공을 들였다. 3사 모두 니켈 함유량을 최고 수준으로 높인 전기차 배터리를 선보였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광물이다.
삼성SDI는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찍고 대전까지 넉넉히 운행할 수 있는(600km 이상) 5세대 배터리 '젠(Gen) 5 배터리'를 전시했다.
이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88%이상인 하이니켈 기술이 탑재됐다. 삼성SDI는 Gen 5 배터리가 탑재된 독일의 BMW와 우편배달용 자동차를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포르쉐 순수 전기차 타이칸을 선보였다. 타이칸에 탑재된 배터리는 고효율 음극재가 첨가돼 초고속 급속충전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라고 행사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업계 최초로 알루미늄을 첨가한 4원계 배터리인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도 선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고(高) 니켈 배터리 중 니켈 비중을 현재 업계 최고 수준으로 적용한 NCM8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의 '아이오닉 5'를 전시했다. NCM8를 탑재한 아이오닉 5는 주행거리 약 429km에 달한다. 한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고속 충전 시 단 18분만에 80%까지 충전도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은 또 포드사(社)의 F-150도 전시했다. 이 차량에는 SK이노베이션의 NCM9가 탑재될 예정이다. 포드의 주력인 F-15는 미국을 상징하는 차량인 만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행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NCM9는 니켈 비중을 약 90%까지 높였다.
이번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전지산업협회가 주관한다. 행사에는 차세대 배터리와 전기차 배터리 등 배터리 생태계를 구성하는 국내 기업 299개사 참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 반도체를 이끄는 반도체 3사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중심으로 전시장이 구성됐다.
행사 첫날인 9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해 전시회를 둘러보며 세계시장을 이끄는 국내 배터리 기술력을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전영현 삼성SDI 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사장, 김동영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 등도 참석해 문 장관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봤다.
문 장관은 이차전지 주요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이차전지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이끌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개별 기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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