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백신 휴가 문의에 “의무 아냐, 연차 써라”

비정규직 백신 휴가 문의에 “의무 아냐, 연차 써라”

기사승인 2021-06-18 14:08:27
10일부터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이날부터 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 약 89만4천명은 미국 정부가 제공한 얀센 백신을 맞는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백신 휴가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차별 시정을 호소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희망연대노조)은 17일 청와대 앞에서 ‘방송통신·공공부문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백신 휴가 차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협력(하청)업체 소속으로 대기업과 공공부문 등 원청의 고객응대·설치수리 업무를 대리한다.  

희망연대노조는 “정규직은 모두 정부 권고 이상의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일말의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자도생’하고 있다. 진짜 사장인 원청은 ‘협력업체와 이야기하라’며 최선을 다해 회피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3월과 지난달 기업 등에 백신 유급휴가를 두차례 권고했다. 백신 접종 참여도를 높이고 이상증상에 대비하기 위해 접종 당일과 다음날 쉬게 하라는 것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희망연대노조)은 17일 청와대 앞에서 ‘방송통신·공공부문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백신 휴가 차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실제로는 어떨까.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대기업 본사 정규직·자회사와는 달리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백신 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LG헬로비전 고객센터 노동자와 현대HCN 설치수리 노동자 등이다. 일부 공공부문 콜센터 사업장에서도 백신 휴가는 요원하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에는 “접종 당일과 이상반응 시 모두 연차휴가를 소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안내됐다.  

이승환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장은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고객 집에 방문해 설치하는 현장노동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직군”이라며 “원청에 백신 휴가를 문의하니 ‘의무사항이 아니다. 하청과 이야기하라’고 선을 그었다. 하청에 문의하니 ‘원청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책임을 떠넘겼다”고 설명했다.         

원청의 책임도 강조됐다. 원청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백신휴가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6일 협력업체에 ‘백신접종 유급휴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협력업체들은 백신 접종 횟수 당 유급휴가 1일을 공지했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사실상 원청이 결정한다. 진짜 사용자는 원청”이라며 “백신 휴가 또한 원청에서 키를 쥐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만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백신 휴가 양극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전자와 LG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카카오 등 다수의 기업에서 백신 휴가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등에서는 의무가 아니라며 시행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903개 기업을 대상으로 백신 휴가 설문을 진행한 결과, 51.1%가 ‘백신 휴가를 부여하거나 부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백신 휴가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8.9%다. 부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휴가 사용 증가 시 인력 부족’(41.2%, 복수응답), ‘백신을 맞는 직원이 거의 없어서’(24%), ‘경영진의 방침’(17.6%), ‘인건비 부담’(14.3%), ‘업종 상 평일 휴가 사용이 어려워서’(12%)등이 꼽혔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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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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