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에 반응하는 소비자의 행위가 또 다른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K팝 업계에선 이 같은 프로슈머(생산자형 소비자)의 영향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생산한 2차·3차 콘텐츠가 원작 콘텐츠를 입소문 내고 팬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와서다. 프로슈머의 활동은 온라인에 친숙하고 ‘판 플레이’에 적극적인 MZ세대 특성과 맞물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 이들은 기획사가 제작한 원작 콘텐츠를 끊임없이 재가공하고 공유하며 콘텐츠를 홍보하고 새로운 팬을 불러 모은다. 이렇게 팬덤이 만들어지면 원작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부가 가치 사업을 벌이는 일도 수월해진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프로슈머를 ‘미래 K팝’을 이끌 일원으로 주목하며 이들의 파급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프로슈머들이 콘텐츠 재창조와 확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원작 콘텐츠의 가치가 극대화된다는 견해다. 이 프로듀서는 이달 초 대구 두산동 호텔수성에서 열린 ‘제2회 세계문화산업포럼’ 기조 강연에서 “미래 문화산업은 프로슈머와 팬덤의 영향력을 완전히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프로슈머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스스로 가공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는 프로슈머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이들의 활동을 홍보·지원하는 ‘핑크 블러드’ 프로젝트를 지난 5월 시작했다. 프로젝트 첫 주자로는 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활동하는 인도네시아 출신 크리에이터 윈디파지(windyfaj)와 아치파(acipa), 한국인 유튜버 땡깡이 선정됐다. 틱톡에 개설된 ‘핑크 블러드’ 공식 계정은 두 달 만에 18만 명 넘는 팔로워가 모였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가 어떤 방식으로 프로슈머와 협업하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팬덤은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생산에 참여하며 프로듀서 역할을 수행하는 등 프로슈머에서 한 단계 진화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과거엔 음반 판매량이나 방송 시청률 등을 흥행 지표로 여겼지만, 이제는 팬덤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두고 성공 여부를 가린다. 팬덤이 만들어져야 다른 비즈니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K팝을 비롯한 콘텐츠 업계에서 팬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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