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에게 큰 빚을 졌다…한 기자의 코로나 투병기②

많은 사람에게 큰 빚을 졌다…한 기자의 코로나 투병기②

기사승인 2021-07-31 05:20:02
생활격리센터 퇴소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한 기자의 코로나 투병기①에서 이어짐.]

기자가 격리된 곳은 경기도 수원시의 한 생활치료센터였다. 근처 시설이 가득 차 경기 북부에서 남부까지 내려가게 됐다. 호흡곤란과 심한 흉통 등이 있는 중증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비교적 경증인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되어 경과를 살핀다. 앞서 확진을 받았던 기자의 가족은 폐 속 염증이 나타나 생활치료센터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입소 첫날 밤 오한에 떨며 잠을 청했다. 인후통과 근육통이 여전했다. 금방 완쾌해서 나갈 수 있을까 불안감에 뒤척였다. 생활치료센터는 특별한 치료나 약이 제공되지 않는다. 해열제와 항생제 등의 약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몸의 면역을 통해 병을 이겨내는 곳이다. 최소 10일간 경과를 지켜본다. 

생활치료센터의 생활은 단순하다. 오전 8시와 오후 3시 하루 두 번 건강 상태를 살핀다. 방 안에 있는 혈압계와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이용해 수치를 잰다. 이후 센터 애플리케이션에 기록을 입력한다. 종합 상황실은 이를 통해 환자들의 상태를 판단한다. 핸드폰 등의 사용은 자유롭지만 절대 문 밖을 나가선 안 된다.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 

문을 열 수 있는 순간은 식사를 들여올 때와 폐기물을 버릴 때다. 이 역시 안내 방송을 따라 정해진 수칙대로 행동해야 한다. 이 같은 격리 생활이 가능한 것은 의료노동자들의 구슬땀 덕분이다. 매일 삼시세끼를 문 앞까지 가져다주고, 쓰레기를 수거해간다.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는 이들의 수고는 얼마나 힘들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세면도구, 빗, 샴푸, 수건, 세탁비누, 종이컵, 샤워볼, 슬리퍼, 고무장갑, 손톱깎이, 침구류까지... 이 모든 것이 치료센터 입소 시 주어지는 구호 물품이다. 10일간 전혀 부족함 없는 격리 생활을 했다. 한편으론 대부분 그냥 버려져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 퇴소 시 이 물품들은 모두 소각된다. 고무장갑, 손톱깎이 같은 경우는 뜯지도 않은 채 버려진다. 

생활치료센터 내부의 모습. 다양한 생필품이 갖춰져 부족함 없는 생활을 했다. 2인 1실이다. / 사진=한전진기자
이곳에서 얼마를 썼을까

생활치료센터에서 있었던 기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앞서 언급한 물품들은 최소 24종으로 7만7000원 가량이다. 숙박비는 일반 호텔 더블룸 최저가 기준, 하루 5만원씩 9박 10일을 계산하면 45만원이 나온다. 여기에 2L 생수 6개 6000원과 타이레놀 등 각종 약값 1만원가량도 더해야한다. 수도와 전기요금 같은 공과금도 있다.

식사는 만원 단가의 도시락이 아침 점심 저녁 세끼 제공된다. 입소 첫날 아침을 제외하고 총 29끼를 먹어 식비만 29만원이 들었다. 이외에도 구급차와 의료서비스 등 노동력 사용에 대한 비용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비용을 합하면 어림잡아도 최소 100~150만원가량이다. 코로나에 걸린 한사람을 사회로 돌려보내기 위한 비용이다. 

과일 등의 후식과 함께 식사가 입소자들에게 제공됐다. / 사진=한전진 기자
증상 호전부터 퇴소까지

입소 후 5일째가 넘어서자 열이 없어지고, 근육통과 기침도 확연히 줄었다. 비로소 ‘회복하고 있다’는 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흉통과 코 막힘 등의 증세도 사라졌다. 서른 초반의 비교적 젊은 연령층이라 회복이 빨랐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병원으로 옮겨졌던 가족도 상태가 호전되어 집으로 퇴소했다. 

증상이 가볍게 끝났지만 ‘별 것 아니었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칫 중증으로 발전해 병상에서 치료제만 기다려야 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한 사람의 코로나 치료를 위해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방역수칙을 잘 지켜 병에 걸리지 않는 것뿐이다.

물론 감염은 항상 예기치 않은 사고처럼 일어난다. 누구든 감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감염병 환자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도움의 대상임을 이해해야 한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후 연대감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껴봤다. 뒤에서 헌신하고 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에 감사드린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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