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최초‧한국 신기록... ‘파리야 기다려라’ [올림PICK]

곳곳서 최초‧한국 신기록... ‘파리야 기다려라’ [올림PICK]

기사승인 2021-08-04 06:00:13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곳곳에서 태극전사들이 낭보를 전하고 있다. 최초 결선 진출, 한국 신기록 등을 써내며 ‘2024 파리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자유형 200m서 韓 신기록… ‘차세대 마린보이’ 황선우

황선우(18)는 도쿄 올림픽이 낳은 라이징 스타다. 

그는 지난 25일 치른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로 한국 신기록 및 세계주니어 신기록을 세우며 감탄을 자아냈다. 종전 한국 기록은 박태환이 수립한 1분44초80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박태환 이후 처음으로 경영 종목에서 결선에 오른 황선우는 50m와 100m, 150m 구간을 1위로 돌파하며 금메달을 눈앞에 뒀으나 뒷심 부족으로 7위에 머물렀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그의 폭발적인 레이스에 수영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일본 방송사 NHK는 “18세로 아직 어린 선수인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메달을 주고 싶을 정도의 레이스다. 앞으로 이 선수가 이끌고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도 “엄청난 속도”라고 환호했다. 

황선우는 100m 종목에서도 인상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그는 28일 열린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선 47초56, 1조 3위로 결선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자유형 100m 종목에서 결선에 진출한 것은 황선우가 최초다. 아울러 그가 기록한 47초56은 아시아 신기록이다. 자신이 전날 예선에서 기록한 47초97의 한국 신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100m 역시 5위에 머물며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황선우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이번 대회 5관왕에 오른 ‘수영황제’ 케일럽 드레슬(미국)도 황선우를 주목했다. 그는 “황선우의 경기에 감명을 받았다. 그 나이 때의 나보다 더 빠르게 수영을 하고 있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이번 대회를 돌아보며 만족감을 표한 황선우는 “아직 웨이트 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조금씩 하다 보면 기량도 향상될 것 같다.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삼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 게임도 차근차근 시작해서 올라가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 여서정, 여자 체조 첫 메달 쾌거, “아빠 넘어볼래요”

여서정(19)은 1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체조 결선에서 평균 14.733점수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여자 체조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땄다.

아울러 여서정은 대한민국 최초의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역사를 썼다. 여서정의 아버지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여홍철(50)이다.

그간 ‘여홍철의 딸’로 존재감이 컸던 여서정은 이번 메달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여서정은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등재된 난도 6.2점짜리 ‘여서정’(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도는 720도 회전 기술)을 선보였다. 공중을 한 마리 새처럼 돌아 나온 여서정은 거의 완벽한 착지로 15.333점의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부담감이 심했던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만큼,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여서정의 다음 목표는 아버지를 뛰어 넘는 것. 그는 “아빠가 계셔서 그간 부담감도 많았고 보는 시선도 많았는데 이젠 더 열심히 준비해 아빠를 이겨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여홍철도 “이젠 여서정의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며 딸을 격려했다.

◇ 한 달 여 만에 4cm 훌쩍… 韓 육상 역사 뛰어 넘은 우상혁

지난 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선 한국 육상의 새 역사가 쓰였다. 우상혁(25)은 이날 2m35를 뛰어넘어 한국 신기록을 작성, 4위를 기록했다. 1997년 6월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이진택이 세운 2m34의 해묵은 기록을 24년 만에 경신한 것과 동시에 한국 육상 트랙·필드의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우상혁이 이번 대회에서 써낸 기록은 기적에 가깝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기준기록 2m33을 통과하지 못해 올림픽 참가 자격이 없는 상태였다. 세계육상연맹 랭킹 포인트를 반영하는 마지막 날인 지난 6월 29일 열린 높이뛰기 우수선수초청 공인 기록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인 2m31을 달성, 랭킹 포인트 32위 중 31위로 가까스로 출전권을 따냈다.  

도쿄에 입성한 그는 거짓말처럼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 달 30일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를 뛰어넘어 결선에 진출했는데, 한국 선수가 육상 트랙과 트랙을 포함해 올림픽 결선에 오른 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5년 만이다. 결선에서는 자신의 기록을 무려 4cm나 늘렸다. 차례로 2m33, 2m35를 뛰어 넘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메달 도전을 위해 시도한 2m39에서 아쉽게 실패했지만, 우상혁은 후련하다는 듯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카메라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이번 대회를 마쳤다. 그는 현재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다. 

우상혁은 키가 188cm로 육상 선수치고 크지 않고, 어릴 때 당한 사고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은 ‘짝발’이다. 불리한 신체 조건에도 그가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것은 성실함과 질긴 인내, 긍정적인 사고 덕분이다. 우상혁은 “작은 키로도 성공한 선수가 많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상혁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의 목표는 2m38을 뛰어넘는 것. 하루만에 4cm를 늘렸으니, 산술적으로는 충분한 시간이다. 우상혁은 “목표는 우승이다. 난 가능성을 봤다. 난 할 수 있다”며 “이제 파리 올림픽에서는 나 밖에 없는 거 같다. 자신감 하나만 믿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준비가 되면 다 할 수 있는 것을 봤다”고 힘주어 말했다.


◇ 다이빙 불모지에서 날아오른 우하람, 한국 다이빙의 희망으로

1960 로마올림픽부터 출전해온 한국 다이빙은 지금까지 메달을 단 한 번도 수확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올림픽 메달은 한국의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손에 거의 닿을 듯 했다. 

우하람(23)은 21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에서 6차 시기 합계 481.85점으로 4위에 올랐다. 한국 다이빙 사상 최고 성적이다. 앞선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10m 플랫폼 결승에서 11위에 오르며 한국 다이빙의 역사를 썼던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 5년 만에 메달을 목전에 둘 정도로 성장한 우하람이다. 

우하람은 이날 4차 시기까지 331.55점을 거두며 3위 잭 로어(영국)와 격차를 1.80점까지 좁혔다. 하지만 난도를 3.6으로 높인 5차 시기에 실수가 나오며 68.40점을 얻는데 그쳤다. 6차 시도에서 81.90점을 얻었지만 결국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4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남들보다 많이 노력하고 훈련했다. 그래서 점점 성적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 “올림픽에서 4등 한 자체도 영광이고 지난 리우 대회와 비교해 순위가 많이 올랐고 실력도 많이 올라서 기쁘다. 아직 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말에 만족하지 않겠다. 메달을 따야 그런 말들이 내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하람은 6일부터는 남자 10m 플랫폼 경기를 치른다. 그는 “결승은 당연히 들어가야 하고, 큰 욕심 안 부리고 비우고 하다 보면 좋은 성적 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제대회에서 결승 못 간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내가 해온 것을 최선 다해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 비인기 종목 설움 딛고… 꿋꿋이 항해한 하지민

은퇴 무대에서 새 역사를 쓴 선수도 있다.

한국 요트의 희망 하지민(32)은 1일 이노시마 요트하버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요트 남자 1인승 딩기 레이저급 메달레이스에서 5위에 올라 10점을 받았다. 10차 레이스 합계 114점을 더해 124점으로 전체 35명 중 7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요트에서 10위권 이내로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선 레이스에 진출한 선수도 하지민이 최초다.

하지민은 아시아 요트의 최정점에 서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연거푸 제패했다. 

다만 비인기 종목인 탓에 그를 향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도 언론에서 찾아주지 않아 본인이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에 금메달 사진을 인증하기도 했다. 당시 하지민은 “요트 경기를 산웨이에서 하는 바람에 한국 언론에서 아무도 안 왔다”며 “아이폰으로 시상식을 촬영해 놨다”고 말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28위, 2012 런던 올림픽에서 24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3위를 기록하는 등 4년 마다 기록을 끌어 올려 왔던 하지민은, 현재로선 파리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는 “제 스스로 국제무대에서 더 도전을 하는 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이젠 한발 물러나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민은 전국체전 등에 출전하며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비인기 종목이라서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며 “단, 국민이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고 즐기면 좋을 것 같고 그런 차원에서 요트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소망했다. 

mdc0504@kukinews.com
사진=연합뉴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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