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족 정의란?…“함께하는 시간”

당신에게 가족 정의란?…“함께하는 시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가족, 결혼을 넘다’ 토론회 개최
7년 만에 진선미 의원 ‘생활동반자법’ 수면 위로
가족 형태 바뀌고 있지만…제도는 제자리걸음
주거․세금․상속․고용 정책 등에서 배제되는 가족들

기사승인 2021-08-13 07:00:04
사진=Pexels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절박할 때 기댈 사람이 있다는 건 제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원가족과 달리 서로가 선택한 사람들이잖아요. 계속 조율할 수 있는 관계가 저를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서울시 사회적 가족의 지위 보장 및 지원방안연구, 가족구성권연구소, 2019년)

“국가의 역할은 내 삶의 선택지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 가능하도록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봐요. 지금까지처럼 어떤 법이 인정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민법 779조는 오늘 파산했다, 시사IN, 2019년)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의 정의란?

비정상 가족이란 게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3인 생활동반자, 청년 동거커플, 노인 동거커플, 비혼 공동체, 성소수자 공동체, 미혼부모, 한부모가족, 1인 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한다. 바야흐로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시기다. 현재의 법과 제도는  혼인·혈연으로 맺어진 구성원을 정상가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가족은 함께하는 시간과 추억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지난해 6월 여성가족부가 전국의 만 19세 이상 7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10명 중 6명(61.0%)은 법령상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넓히는 데 찬성했다.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10명 중 7명(69.7%)이 동의했다. 응답자의 70.5%가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 차별 폐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2014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시민 942명에게 가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60%의 응답자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30.1%) ▲서로 도우며 사는 사람들(13.9%) ▲한 집에 같이 사는 사람들 (14.9%)을 가족으로 보았다. 지난해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 사업단과 가족구성권연구소가 ‘가족실천 및 가족상황차별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에 따르면, 한국갤럽을 통해 모집한 온라인 패널 3000명은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함께하는 시간과 추억’을 꼽았다.

사진=Pexels
◇차별받고 배제되어온 ‘가족들’

하지만 이들은 ‘정상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제도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공간과 관련된 주거정책에서의 차별은 특히 심각하다. 법이 호명하는 가족 규정을 확인한 연구(김현경 외 3인, 2019년)에 따르면 이들은 ‘주택법’,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등 주택정책에서 신혼부부 대상의 특별공급 요건, 세대의 정의, 부양가족 가산점에서 제외된다. 또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임차인 사망 시 임차권 승계 권리에서 배제된다. 

이들은 가족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지원받을 수 없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가족돌봄지원과 일가족 양립 영역의 제도 전반에서 지원 대상과 자격조건이 되는 가족은 ‘가족관계등록법’과 ‘민법’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해외 재난 시 가족의 안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격,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시신을 인도받을 수 있는 연고자 자격을 갖지 못해, 실제 친밀한 가족의 관계에도 가족으로서의 일상적 업무를 대리할 자격에서도 배제된다. 이밖에 ‘국세징수법’, ‘형법’, ‘병역법’,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의 거의 모든 가족지원정책으로부터 이들은 배제된다.

정치권에서도 가족 범위의 확대 논의에 대해서 언급되어 왔다. 하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07년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은 이성과 동성 커플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 가족들처럼 생활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동반자등록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2014년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하며 다양한 동거가족 구성원들이 기존의 가족 관계와 마찬가지로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정의당) 또한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며 ‘다양한 가족 구성을 위한 동반자등록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나아갈 방향은?

기본소득당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 준비위원회와 용혜인 의원이 12일 오전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가족, 결혼을 넘다’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법상의 가족 개념은 헌법과 기본법, 민법, 사회보장법의 영역에 걸쳐 강하게 결부되어 작동하고 있다”며 “가족개념을 분절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혼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따라 혼인의 보호 범위가 달라진다”며 “법적으로 승인되지 아니한 동성커플의 결합이나 사실혼은 헌법 제36조제1항의 보호범위 밖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헌법상의 개념은 그 본질과 구체적인 보호영역이 법률이 아닌 헌법에 의해 밝혀져야 하며, 헌법상의혼인 개념은 혼인에 대한 법제의 규율보다 더 상위에서 기준으로 기능하면서 헌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혼인의 실체적 기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까지 법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가족위기담론”이라며 정상가족의 위기를 사회적으로 대응해 유지․존속시켜야 한다는 목표에 맞춰져 법 제도가 공고히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족위기담론의 지지를 받고 제정된 대표적인 법안으로 ‘건강가정기본법’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꼽았다. 또한 국가가 그리는 혼인과 혈연을 중심으로 맺어진 이상적인 가족상을 벗어난 가족에 대한 대처로서 개별 가족유형별로 ‘한부모가족지원법’, ‘다문화가족지원법’ 등을 제정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용혜인 의원은 “지금의 복지제도는 청년대출, 신혼부부대출, 아동수당으로 삶의 코스를 정해두고 있는데, 특정한 생애 모델을 국가가 우대해선 안 된다”며 “혈연·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동성 커플, 동거하며 서로를 돌보는 노년층 등 모든 동반자 관계의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가 비혼·동성결합·가족차별 등에 대한 더 많은 응답을 국회에서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어떤 누군가가 그 자신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법안인 만큼 기본소득과 함께 꼭 필요한 제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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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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