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인질’로 만날 관객들, 절 어떤 배우로 볼지 궁금해요” [쿠키인터뷰]

김재범 “‘인질’로 만날 관객들, 절 어떤 배우로 볼지 궁금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08-20 06:12:01
배우 김재범. NEW 제공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은 극장 개봉 전 출연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알려진 건 배우 황정민뿐이었다. 관객들은 개봉일이 되어서야 황정민을 납치한 인질범 다섯 명을 알게 됐다. 낯선 얼굴들 속엔 극악무도한 인질범 조직 리더 최기완이 있었다. 오랜 시간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해온 배우 김재범이었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재범은 자신의 눈빛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꺼냈다. 대학교 시절 날카로운 눈매로 선배들을 째려본다는 오해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이번엔 그 눈이 김재범을 도왔다. 인질범 역할을 새로운 얼굴로 캐스팅하기 위해 열린 대규모 오디션에 황정민이 김재범을 추천했다. 황정민은 “눈이 묘한 애가 있다”고 제작진에게 말했다. 김재범은 두 차례 오디션 끝에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기완 역에 낙점됐다.

“사실 정민이 형도 눈이 묘해요. 같은 종족인 저를 보고 동질감을 느껴서 추천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오디션에서 합격하고 ‘인질’ 대본을 순식간에 읽었어요. 시작부터 엄청나더라고요. 처음부터 질주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까지 다 읽었죠. 대본을 읽은 후에 내 모든 걸 열정 넘치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제가 생각한 최기완과 황정민의 싸움은 아니었어요. 빌런 다섯 명과 황정민의 싸움이란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대본을 다시 읽었죠. 인질범 다섯 명의 각자 맡은 역할이 확실한 만큼 최기완만의 차별성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캐릭터가 확실해야 나머지 캐릭터도 돋보일 것 같았거든요.”

영화 '인질' 스틸컷. NEW 제공

김재범은 촬영 전, 최기완 캐릭터의 방향성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불같은 성격의 2인자 염동훈(류경수)과 차별화하기 위해 얼음 같은 캐릭터를 떠올렸다. 최기완이 어린 시절 어떤 일을 겪었고 언제 어떻게 삐뚤어지기 시작했는지, 과거 이야기도 빽빽하게 정리했다. 섬뜩한 면을 강조하려고 과거 경험에서 도움을 받았다.

“최기완은 정적인 캐릭터로 방향을 잡았어요. 이 세상 느낌이 아닌, 사람 같지 않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최기완이 등장하면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 들길 바랐어요. 예전에 그런 경험을 한 적 있어요. 정말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 저를 바라보고 표정도 없이 말하는데 말이 이상한 거예요. 손이 떨릴 정도로 무서웠어요. 그때 경험을 살려서 제가 느낀 섬뜩함을 최기완에 입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재범은 2차 오디션 때 황정민을 만났고 리허설과 본 촬영을 거듭하며 호흡을 맞춰갔다. 두 사람은 이전에 같은 연극에 출연한 인연이 있다. 김재범이 혼자 촬영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황정민을 만났을 때 “너 이제 영화 안 찍을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이상하게 했나,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 때쯤, “아니, 그렇게 비열하고 야비하고 꼴 보기 싫게 연기하면 나중에 다른 작품 할 수 있겠어?”라는 애정어린 칭찬을 들었다. 황정민과 함께한 리허설도 김재범에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배우 김재범. NEW 제공

“연습 자체가 즐거웠어요. 굉장히 뜻 깊은 시간이었죠. 촬영장에 바로 갔으면 긴장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연습하고 가서 큰 도움이 됐어요. 황정민 형과 전에 공연을 같이하면서 대화도 하고 얼굴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전 괜찮았지만, 다른 배우들은 많이 놀랐을 거 같아요. 처음 보자마자 황정민 형의 따귀를 때려야 했거든요. 전 옆에 있는데도 못 보겠더라고요. 정민이 형과 연습하다 보면 ‘왜 그렇게 한 거야?’라고 물어요. 그럼 침묵이 흘렀던 기억이 나요. 형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말이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2기 출신인 김재범은 1기 선배인 이선균, 오만석 배우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해왔지만 영화 출연의 꿈도 키우고 있다. 자신의 ‘인질’ 출연을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인질’ 출연 확정이 경사스러운 일이라 뛸 듯이 기뻤어요. ‘인질’로 저를 알게 되는 관객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제 뜻과 관계없이 각자 개인의 시선으로 절 보시겠죠. 저를 어떤 연기를 하는 배우로 보실지 저도 궁금해요. 오래오래 배우로 살고 싶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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