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택, 들어봤는데 뭐였지?
사회주택이 처음 등장한 건 2015년이다. 서울시는 전 박원순 시장 재임 중 지자체 처음으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사회주택을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사회적경제주체(사회적기업‧소셜벤처‧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으로 규정했다. 통상 임대료는 시세의 80% 이하며, 입주자들은 최장 10년 동안 살 수 있다.
사회주택의 가장 큰 강점은 1인가구의 ‘외롭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데에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수는 2309만3108가구, 이 가운데 1인가구는 39.2%인 906만3362가구로 역대 최대수치를 기록했다. 사회주택은 1인가구의 사회적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 생활에 주목했다. 사업자들은 입주자 특성에 맞는 다양한 공동체 생활 프로그램 등을 제공‧운영한다.
예컨대 사회적기업 아이부키가 만든 ‘보린주택’에서는 노인들이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안부를 살피는 등 사회주택이 독거노인과 관련한 문제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올해 10월 준공 예정인 ‘다다름주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공간으로, 성인 발달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과 지지기반의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주택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단순히 한 공간에 거주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교류가 가능하고, 사회에 선순환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회주택에 대한 정부‧서울시 ‘입장 차’
정부는 사회주택 모델에 가능성을 보고 이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 ‘안암생활’ 주택이 사회주택의 좋은 선례를 제시하면서다. 당초 호텔전세라고도 알려진 안암생활은 더 이상 활용되지 않는 호텔을 정부가 매입해 이를 사회적기업과 함께 리모델링한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운영한 사례다. 업계에 따르면 “입주 당시 2.3대1이던 청약경쟁률은 현재 방이 없어서 못 들어가는 수준이 되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통해 2022년까지 서울에 공급하는 공공임대 물량 3만5300호 중 2만6000호를 매입임대 방식으로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모든 매입임대형 주택이 사회주택은 아니지만, 사회주택이 도심에 자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제2의 안암생활 발굴을 위해 공고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주택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사회주택 사업 담당 기관인 LH에서 투기 사태가 터지면서 추진 중이던 사업들이 지지부진해졌다”면서도 “정부의 지원 아래 더디게나마 사업 진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사회주택 사업을 처음 도입한 서울시는 전날인 26일 돌연 사회주택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유튜브 채널 ‘서울시장 오세훈TV’에는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슬쩍 넘어가시려고? 사회주택의 민낯’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사회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민의 피 같은 세금 2014억원이 낭비됐다”며 사회주택이 ‘낮은 임대료’와 ‘주거 보장’이라는 두 가지 존재 이유를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영상에 따르면 사회주택의 약 47%가 임대료 기준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일부 사업자는 입주자 모집 조건에 소속 조합원 대상 특혜를 적용해 일반 시민의 입주기회를 박탈하고, 임대료와 관리비가 아닌 월 회비를 의무화해 사회주택을 사유화했다고 지적했다. 영상은 오 시장 사진을 배경으로 “사회주택 사업 재고 및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전임 SH 사장과 관련 담당자들, 법적 대처를 검토하라”는 문구로 끝이 났다.
◇사회주택협회 “자의적 해석…강경 대응할 것”
현재 한국사회주택협회 측은 서울시를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측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서울시장은 민간‧공공 협력 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주거약자들의 현실을 개선하는 임무에 실사구시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진솔한 사과와 관련자 문책, 민간‧공공 협력 주택의 발전을 위한 논의 테이블 구성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국사회주택협회 관계자는 “임대료 등을 위반한 서울시의 47%라는 수치는 자의적으로 해석된 감이 있어 보인다. 그동안 모집공고가 이뤄졌던 사회주택 공고문들을 찾아서 살펴보고 있는데,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의 일탈 행위를 통해 사업 전체를 매도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사회주택 개념이 광범위한 측면이 있다. 시에서 비판한 업자들은 엄밀히 사회주택 사업자라고 할 수 없는 업체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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