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선 넘었다”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에 노·정 갈등 극대화되나

“文 정부, 선 넘었다”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에 노·정 갈등 극대화되나

기사승인 2021-09-02 16:33:03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2일 오전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됐다. 노동계와 문재인 정부 간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2일 오전 5시28분 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력을 투입했다. 이날 경찰은 양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20일 만이다. 

양 위원장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지난달 13일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달 18일, 경찰은 양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민주노총 진입에 실패, 무산됐다. 경찰은 2일 재차 작전에 돌입했다. 새벽녘 장비 등을 이용해 철문을 뜯고 민주노총에 진입, 양 위원장을 연행했다. 양 위원장은 탄압에 항의하고 단식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양 위원장은 “총파업 투쟁을 선두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우리의 분노를 제대로 보여주자. 110만이 앞장서서 전체 노동자를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더욱 단단히 하고 그 결의를 다음 달 20일 총파업 투쟁으로 모아내자”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2일 양 위원장 구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노동계에서는 양 위원장의 구속에 대해 정부의 ‘전쟁선포’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다음 달 20일 110만명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이뤄내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노총 임원 8명은 “결의를 다지겠다”며 삭발했다.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 구인 후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자행했다”며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민주노총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촛불로 흥한 자 촛불로 막을 내릴 것이라는 준엄함 경고를 보낸다”며 “다음 달 20일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민주노총 총파업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노동정책이 민주노총 침탈과 양 위원장 구속이냐”면서 “지난 7월3일 집회에서 우리가 주장한 것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위원장에 대한 구속은 탄압이다. 탄압에는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임원 8명은 2일 양 위원장 구속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해온 민주노총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을 반겼다. 대선 직후 “문 대통령의 당선은 의미가 크다”며 “문 대통령이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선언과 약속에 주목한다.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논평을 냈다. 문 대통령도 “노동계가 국정운영의 파트너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강조해왔다. 

‘허니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최저임금뿐만이 아니다. 2019년부터 각종 노동 현안과 관련해 맞부딪혔다. 주52시간제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지연, 탄력근로제 확대 등에 대해서도 갈등이 일었다. 

코로나19 노사정 협의체도 민주노총이 빠진 ‘반쪽’ 협약에 그쳤다. 김명환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사정 협약식에 참여하려 했으나 내부 반발로 인해 저지됐다. 김 전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후, ‘강경파’로 꼽히는 양 위원장이 당선됐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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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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