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김재호)은 제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대요.” 최근 서울 연남동 유어썸머 사무실에서 만난 김형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음악을 업으로 삼은 지 5년 만에 이룬 성과. 둘은 환호했다. “우리가 만든 결과물에 성취가 따랐다는 점에서 행복했어요.”(김재호) “음악을 붙들고 있던 시간을 위로받는 것 같았죠.”(김형표)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들을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초대하며 “편안하게 감기는 그루브, 세련된 멜로디와 사운드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의 균형 잡힌 조화가 느껴졌다”고 평했다.
지난 7일 내놓은 ‘하필’(HOW YOU FEEL?)은 길지 않은 콧의 음악 여정에 분기점이 될 만한 곡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꾹꾹 눌러 담은 예전 곡들과 달리, 힘을 빼고 만든 노래”(김형표)라서다. 그래서일까. 록과 알앤비를 결합시킨 사운드가 부드럽게 귀에 감긴다. 김재호는 “듣는 사람이 우리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곡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하필’은 김형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필’이라는 단어에 꽂혔다고 한다. 김형표는 가사에 ‘하필’과 발음이 비슷한 영어 문장 ‘하우 유 필’(네 기분은 어때)을 적어 넣었다. 언어유희다. “‘왜 하필 우리가 만나 이별을 겪었을까’라며 후회하다가도, ‘하우 유 필?’이라고 안부를 덧붙여 그리움을 묻히려고 했어요.”(김형표) 평소 일상적인 단어에서 ‘음악 땔감’을 자주 얻는다는 콧에게 국어사전은 ‘영감의 바다’다. 연관 단어를 살피며 아이디어를 넓히고, 예문에서 단어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내기도 한단다.
콧의 음악을 설명하는 단어는 ‘새로움’이다. 록·재즈·팝 등 여러 장르를 아울러 복고와 현대를 잇는다. 음악 취향에도 장벽이 없다. 김재호는 스탠더드 재즈를 시작으로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양분을 쌓았다. 김형표는 ‘팝 황제’ 마이클 잭슨,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 등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요즘엔 가수 윤상을 롤모델로 꼽는다. “장르 구분 없이 세련된 음악”을 선보이는 윤상을 보며 “나이를 먹어서도 늘 연구하는 음악가”가 되기를 꿈꾼다. ‘영화음악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 히사이시 조를 좋아하는 김재호는 언젠가 음악뿐 아니라 복합 예술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그의 욕구는 청춘의 열기처럼 뜨겁다.
‘하필’로 또 하나의 발자국을 남긴 콧은 오는 22일 서울 신정동에 있는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단독 공연을 열고 관객을 만난다. 그간 밴드 잭킹콩·워스(Wus) 등 동료 뮤지션들과 합동 콘서트를 가진 경험은 있지만, 둘이서 공연을 채우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형표는 “이번 신곡은 물론, 객원 가수들이 부른 노래들을 우리 스타일로 재해석한 무대들도 준비 중”이라며 “공연을 보시면 우리가 그간 어떤 의도로 노래를 만들어 왔는지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저희가 하는 일이 세상에 없던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잖아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지만, 그만큼 에너지를 얻기도 합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싶은 마음이 저희에겐 원동력이 돼요. 한 번 스쳐 지나가는 노래가 아니라, 인생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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