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PD “새로운 얼굴 찾는 건 늘 숙제” [쿠키인터뷰]

‘나 혼자 산다’ PD “새로운 얼굴 찾는 건 늘 숙제”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0-25 07:00:08
MBC ‘나 혼자 산다’ 연출을 맡은 허항 PD.   MBC ‘나 혼자 산다’ 제공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8개월. 장수 예능 MBC ‘나 혼자 산다’의 새 연출자로 투입된 허항 PD가 달려온 시간이다. 초창기 ‘나 혼자 산다’의 조연출로 일했던 허 PD는 지난 2월 메인 연출자로 금의환향했다. 허 PD가 메가폰을 잡은 ‘나 혼자 산다’는 프로그램의 기본 콘셉트인 싱글 라이프에 집중하며 완만한 변화를 시작했다. 혼자 사는 모습을 담되 새로운 얼굴들로 신선함을 더하는 것. 허 PD가 ‘나 혼자 산다’를 맡게 된 이후부터 줄곧 마음에 새기는 말이다.

최근 쿠키뉴스와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가진 허 PD는 섭외의 중요성과 고충을 줄곧 이야기했다. 지난 2013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올해 8주년을 맞은 ‘나 혼자 산다’다. 화제를 이끄는 인기 프로그램에 합류한 만큼 그가 느낀 부담은 컸다. 걱정도 됐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 또한 샘솟았다. 허 PD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원석 발굴’이었다.

“장수 예능인 데다 시청률도 높은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게 되니 꽤 부담됐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시청자분들이 어떤 의견을 주셨는지를 더 살펴야겠다 싶더라고요.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방향성을 ‘섭외의 확장’과 ‘새 얼굴 찾기’로 잡았죠. 기존에 사랑받던 색깔은 유지하되 실험적인 시도를 더 많이 해보려 해요.”
MBC ‘나 혼자 산다’ 제공.

허 PD의 실험 중 하나는 ‘무지개 라이브’의 다변화다. 그는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독립초년생’부터 라이징 스타까지 다채로운 인물들로 섭외 대상을 확대했다. 올해에는 배우 표예진, 남윤수, 이은지와 가수 박재정 등이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주목받았다. 지난 22일 방송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서 외국인 노동자 압둘 알리 역으로 활약한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자취 생활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나 혼자 산다’에 더 다양한 사람들이 담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독립초년생인 박재정부터 주목받는 신인배우 표예진, 남윤수 등의 삶을 담아봤죠.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섭외였어요. 아누팜 트리파티는 ‘나 혼자 산다’가 오랜만에 다루는 외국인 출연자예요. 이분들 외에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다루기 위해 고심 중이에요.”

그가 새로 판을 짠 ‘나 혼자 산다’에서 가장 도드라진 건 방송인 전현무의 복귀다. 2019년 하차했던 전현무는 지난 6월 방송된 400회 특집을 기점으로 2년 만에 ‘전회장’으로 돌아왔다. 허 PD는 “‘전회장’ 전현무는 늘 마음에 담아둔 인물이었다”면서 “무지개 회원을 이끄는 회장 역할이 다시 생기니 팀워크가 더 끈끈해졌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반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는 “모든 의견을 민감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웹툰 작가 기안84 등 출연자 논란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MBC ‘나 혼자 산다’ 연출을 맡은 허항 PD.   MBC ‘나 혼자 산다’ 제공

“제작진으로서 여러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주변 배경을 살피지 않고 캐릭터 위주로 섭외를 진행하다 보니 ‘너무 좋은 집이 많이 나와 위화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싱글라이프가 아닌 멤버들의 웃음이 주가 된다는 비판도 접했어요. 시청자분들이 주신 의견은 늘 예민하게 받아들여요. 사회초년생 삶을 더 다뤄달라는 피드백도 많은 만큼 출연자 섭외를 더욱 고심하고 있죠. ‘나 혼자 산다’는 개인적인 부분을 다루는 프로그램인 만큼, 제작진으로서 출연진 캐릭터화도 더 신경 써서 제작하려 합니다.”

여러 시도를 이어가는 허 PD에게 ‘나 혼자 산다’의 꾸준한 인기 비결이 무엇인지 묻자 “포맷의 순수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나 혼자 산다’로 1인 가구 관찰 예능이 주류 반열에 오르면서 tvN ‘온앤오프’, JTBC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 - 해방타운’ 등 유사 포맷 프로그램이 후발주자로 나섰다. 허 PD는 경쟁작 사이에서도 ‘나 혼자 산다’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는 걸 가장 큰 강점으로 짚었다. 흥행이 검증된 포맷의 정체성을 지키며 더욱 더 많은 삶의 행태를 다루는 게 그의 목표다.

“‘나 혼자 산다’는 포털사이트에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소개돼 있어요. 저는 이게 ‘나 혼자 산다’의 근간이라 생각해요. 얼마 전 방송된 배우 김경남 편은 VCR에 소리가 거의 담겨 있지 않아요. 배우 본인도 걱정할 정도로요. 이런 게 허락되는 예능은 ‘나 혼자 산다’가 유일하지 않을까요? 다큐멘터리라는 말처럼, 예능적 가감 없이 한 사람을 오롯이 보여주는 포맷을 꾸준히 지켜온 게 저희의 8년 장수 비법이라 생각해요. 기존 팬덤 의견을 수용하며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에요. 하지만 힘들어도 더 노력해서 많은 분들께 공감대를 얻고 싶어요.”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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