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거칠고 때로 반항적인 음악 안에서도 그는 자신의 신을 잊지 않았다. ‘내가 가는 길로써 내가 믿는 하나님을 대표하겠다’며 두 번째 자아에 ‘JGP$’라는 이름을 붙였다. J는 ‘지저스’(Jesus), ‘GP$’는 ‘위치 결정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GPS)를 뜻한다. “기독교와 예술을 결합해 새로운 무브먼트(움직임)를 만들고 싶어요.” 최근 서울 합정동 푸이(phooey) 사무실에서 만난 래퍼 JGP$가 들려준 얘기다.
JGP$는 27일 EP ‘아티피셜 오브젝트’(Artificial Object)를 낸다. 2018년 싱글 ‘더스트’(Dust)로 데뷔한 뒤 처음 내는 단독 EP다. JGP$는 이 음반에서 문명사회의 이면을 고찰한다. 열심히 살려고 했으나 오히려 죽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첫 곡 ‘퍼버스 이펙트’(Perverse Effect)부터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파헤치는 마지막 곡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까지, JGP$가 느끼고 경험한 현대사회가 7곡에 함축됐다.
지난 13일 선공개한 노래 ‘디짓’(Digits)은 디지털 시대를 주제로 한다. 독일 작가 바실리 프랑코가 제작한 이 곡 커버 이미지는 온몸이 구겨진 채 휴대전화에 갇힌 인간을 보여준다. 분절된 세상에서 사라진 인간성을 회복하겠다는 다짐일까. JGP$는 ‘디짓’에서 “필요한건 용기와 기백”이라며 “너의 전부를 걸어, 인생 전부”라고 외친다. 그는 “의미 있게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점점 더 크게 느낀다”며 “눈에 보이는 것보단 주관과 사상, 영적인 면이 더욱 귀중하다”고 말했다.
JGP$가 삶을 깊이 탐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필리핀에서 20대를 보낸 그는 단지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강도의 표적이 돼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나날들 사이에서 JGP$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했다. “그래서 음악도 더 어려워졌어요. 음악을 허투루 만들지 않으려는 고집이 강해졌거든요.” 대학생 때부터 아마추어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 2018년 본격적으로 음악에 몸을 담았다. 인맥도, 자본도 없어 ‘투잡러’로 일하며 음반을 내면서도 그는 ‘음악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꺾지 않았다.
돈이 음악을 앞서는 시장 논리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뿌듯한 순간도 많았다. 주변 뮤지션들과 음악으로 마음이 통할 때가 그렇다. 밴드 시나위 멤버 김바다는 JGP$가 지난해 유튜브에 올린 ‘GPS’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에게 협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신보에 피처링한 래퍼 짱유·쿤디판다와는 뮤지션으로서 느끼는 고민을 공유하며 가까워졌다. JGP$는 “이 음반을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며 “돈을 받아도 하기 싫은 일이 있을 텐데, 내 음반 작업은 (참여한 뮤지션·작가들에게) 그런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내게 위로와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음악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큰 일을 벌이고 싶어요. 가수 나얼과 미국 래퍼 카니예 웨스트, 챈스 더 래퍼가 그랬듯 예술을 매개로 새로운 무브먼트를 만들어 내고 싶은 마음이 크죠. 우린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제가 만든 무언가가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길 바랍니다. 멋진 집, 좋은 옷, 맛있는 음식에서 힘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힘은 영혼으로부터 나온다고 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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