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이촌동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열린 ‘위드 코로나 시대 방역 대책과 미래 전략’ 세미나에 모인 대중음악 공연 업계 관계자들은 “왜 대중음악 공연계에는 높은 허들이 적용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업계 정상화를 위해 정부 협조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 자리에는 업계 관계자들을 비롯해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와 문화체육관광부 조영권 사무관 등이 참석했다.
“방역 수칙 잘 지키면, 공연장이 식당·카페보다 안전”
앞서 정부가 내놓은 로드맵에는 1차 개편 시 대중음악 공연을 비롯한 행사 및 집회는 접종 완료자 등으로만 구성됐을 때 500명 미만까지 가능하다. 이를 초과하면 문체부와 지자체 승인 후 시범 운영된다.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정원 50%까지 관람할 수 있게 한 스포츠 경기장과 비교하면 출입 가능한 인원이 현저히 적다.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 중인 비수도권의 경우, 수용 가능한 관객 수가 2000명에서 500명으로 오히려 줄어든다.
대중음악 공연에 적용되는 집합 금지 기준이 엄격한 이유는 ‘떼창’과 환호로 인한 비말 전파 우려가 커서다. 그러나 의료계 전문가와 대중음악 공연 업계 종사자들은 ‘방역수칙만 잘 지킨다면 대중음악 공연장 내 감염 가능성은 다른 다중이용시설과 비슷하거나 낮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스포츠 경기장과 공연시설은 (방역 면에서) 환경 차이가 거의 없다”며 “마스크를 벗은 채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것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환기 상태가 양호한 공연시설에 모여 앉아 있는 것 중 후자가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방역수칙만 잘 지킨다면 쇼(대중음악 공연)는 계속돼도 좋다”는 견해다.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충분한 인력 투입과 방역 수칙 안내를 통해 비말 전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떼창’과 함성 없이 박수로만 응원하는 것이 새로운 관람 문화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기자가 지난 23일 다녀온 실내 공연에서도 ‘떼창’, 함성은 엄격히 금지됐다. 공연기획사 MPMG를 운영하는 이종현 음공협 회장은 “대중음악 공연은 가수에 초점이 맞춰져 쉽게 화제가 되니, 그로 인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크게 느껴 (지자체의) 임기응변식 대처가 많았다”며 “다중이용시설을 공평한 시각으로 봐주시고 업종 특수성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29일 최종안 발표…쇼는 계속될 수 있을까
국내 공연이 2년여 간 막히자 K팝 가수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오는 11월과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5만명 규모로 4회에 걸쳐 공연한다. 그룹 몬스타엑스도 내년 초 미국과 캐나다를 돌며 공연할 계획이다.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대표는 “아티스트 이름을 밝힐 수 없으나,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약 5팀이 해외에서 50회에 달하는 공연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귀띔했다.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는 지난 7월부터 야외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대면 공연이 재개됐다.
국내에서도 그룹 위너 멤버 강승윤·송민호, 그룹 에픽하이 등 여러 팀이 11~12월 공연을 준비 중이지만, 수용 가능한 관객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태다. 만약 정부 계획대로 12월 중순부터 2차 개편안이 시행되면 제한 없이 관객을 받을 수 있지만, 2차 개편안 시행이 미뤄질 경우 연말공연들은 줄줄이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 공연 업계는 “자체 조사한 비등록 공연장 규모와 관할 지역 등 자료를 문체부에 넘겨드릴 테니, 기준을 마련해 임시 공연장을 선별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임시 공연장으로 등록되면, 정규 공연장과 같은 지침이 적용돼 수용 가능한 인원이 크게 는다.
단계적 일상회복 최종 방안은 오는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문체부 관계자는 “(공연장 방역 지침 관련) 세부내용은 가급적 빨리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대중음악 공연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문체부는 어떤 역할을 했나’ ‘정부가 발표한 방역 지침을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는 왜 반복됐다’ 등의 질타에도 “따로 답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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