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하고 담백하다. ‘사제 로맨스’로 포장됐으나 수학을 둘러싼 열기가 생각보다 뜨겁다. 요즘 시대에 찾아보기 어렵던 순박함도 담겼다. tvN 신작 ‘멜랑꼴리아’가 10일 첫 발을 내디뎠다.
‘멜랑꼴리아’는 비운의 수학 천재 백승유(이도현)와 수학을 사랑하는 교사 지윤수(임수정)가 특혜 비리의 온상인 한 사립고에서 교감하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다. 첫 회에는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지윤수와 백승유 이야기가 담겼다. 두 사람은 기차에서 가방이 뒤바뀌며 첫 만남을 가졌다. 지윤수는 백승유의 가방 속 소지품을 보고 그가 수학을 좋아한다는 것을 직감한다. 이후 아성고등학교에 수학교사로 부임한 지윤수는 자신이 낸 전제 오류 문제를 유일하게 맞춘 사람이 백승유인 걸 알아낸다.
주인공들의 공통분모는 수학이다. 수학으로 서로를 알아보고, 수학으로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수학을 매개로 한 사제 로맨스는 ‘멜랑꼴리아’가 처음이다. 신선하다. 수학 소재가 큰 진입장벽이 되진 않는다. 법정물이라 해서 법을 알 필요는 없듯, ‘멜랑꼴리아’도 수식을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수학을 사랑하는 두 사람의 교감에 집중하면 60분이 금세 지나간다.
2000년대 멜로 영화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다. 사제 로맨스여도 MBC ‘로망스’와는 다른 결이다. 영화 ‘클래식’(감독 곽재용)부터 ‘굿 윌 헌팅’(감독 구스 반 산트)을 오가는 분위기다. 배우 임수정과 이도현의 호흡도 볼거리다. 수채화 같은 영상미에 두 사람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자극적인 느낌은 없다. 첫 방송 시청률은 평균 3.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를 기록했다.
■ 볼까
무해한 로맨스를 원한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풋풋함과 설렘이 잔잔한 속도로 그려진다. 학원물을 좋아한다면 역시나 볼 만하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펼치는 아성고 학생들을 보면 KBS2 ‘학교’ 시리즈와 JTBC ‘SKY캐슬’이 떠오른다.
■ 말까
수학에 거부감이 크다면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주인공들은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과 하디의 일화에서 나온 숫자 ‘1729’와 페르마의 정리 등으로 교감을 나눈다. 자극적인 드라마에 익숙하다면 ‘멜랑꼴리아’가 지루해 보일 수도 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