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가 지난해 만안구 석수하수처리장 총인처리시설 관련, 시공업체와의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올해 관련부서 직원 등에게 성과시상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이 소송 결과에 앞서 1년여 전 호계지하차도 건설비용을 둘러싼 소송에서는 패소해 3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물어줬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성과금을 지급한 총인처리시설은 시설 착공부터 10년 가까이 시공업체와의 이견으로 준공도 못한 상태다. 거기다 안양시는 장기간 소송과 시설철거 등으로 현재까지 수질 부영양화 원인인 총인(T-P) 처리를 위한 약품비용만 매년 10억여 원을 사용하는 등 예산을 쏟아붓고 있기도 하다.
승소한 소송에서는 성과금을 지급하고, 패소해 막대한 혈세를 물어준 경우에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행정의 이중적 잣대에 형평성 논란과 비난이 동시에 일고 있다.
◆200억 들인 총인처리시설 승소 ‘상처뿐인 영광’, 매년 10억 약품비용에 재설치 비용 350억원
총인처리시설은 하수 방류수의 수질을 높이는 시설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뒤 녹조가 확산되자 수질 부영양화 원인물질인 인(P) 수치를 낮추기 위해 하수도법을 바꿔 방류수의 총인(T-P) 농도를 최대 10배 강화하면서 경기도내 지방자치단체들도 법 개정 전인 2011년부터 국비지원을 받아 하수처리시설 내 총인시설공사를 시작했다.
안양시도 2012년 3월 국ㆍ도비 포함 200억 원의 시설비를 투입해 공사에 착공했다. 당초 2014년 1월 준공 예정이던 시설은 공법까지 변경하면서 그해 4월 종합시운전에 착수했으나 방류수의 성능보증 용량에 대해 시공업체와 안양시가 이견을 보이면서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안양시는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함에 따라 시공업체로부터 공사대금과 이자 등을 합쳐 총 264억 원을 배상받았고, 관련부서 공무원 9명에게 올 상반기 성과시상금으로 총 1000만원을 차등 지급했다.
외형상 안양시가 재판에 이기면서 잘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착공, 소송, 시설철거 등으로 이어지면서 방류수 기준을 맞추기 위해 10년 가까이 매년 10억여 원의 약품비용이 투입됐고, 시설 재설치에 당초보다 150억원 가까이 늘어난 350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용만 3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면서 공무원 성과시상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안양시의회 한 의원은 “당연한 일을 했는데 성과금을 지급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승소 시 인센티브를 지급했으면 패소 때는 페널티를 줘야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호계지하차도 공사비 소송 패소 300억 물어줬지만 자체 감사도 없이 누구도 책임 묻지 않아
안양시는 지난 1993년 동안구 호계동에 면적 12만3428㎡의 산업중기계부품유통단지(부품단지)를 조성하면서 이 지역 교통난 대책으로 부품단지조합으로부터 2000년 10월부터 3회에 걸쳐 교통분담금 138억원을 받은 뒤 장기간 집행하지 않다가 소송에 휘말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3년까지 국도 1호선 안양 호계3동주민센터 앞~의왕 신나자로삼거리간 1.49㎞ 구간(안양 710m, 의왕 780m)에 왕복 4차선 지하차도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총 공사비는 당시 금액으로 900억~1000억원으로 추산됐고, 국ㆍ도비 지원을 받지 못하면 안양시와 의왕시가 각각 450억~500억원씩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재정난을 이유로 의왕시가 거부하면서 사업은 장기간 진척되지 못했다. 게다가 의왕시가 오전동(안양시계)~왕곡동 3.4㎞ 구간 10차로 확장공사와 오전동 지하차도 공사를 2010년 준공하면서 교통난이 상당부분 해소됐고 굳이 별도의 예산을 들여 안양시와 지하차도 사업을 진행해야 할 명분도 사라지면서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안양시는 교통분담금 138억 원을 별도로 보관하지 않고 일반회계로 전용해 다른 사업에 모두 사용했다.
장기간 사업진척이 없자 부품단지조합 측 채권을 인수한 에이오엔비지엔(유)은 2014년 10월 지하차도 건설비용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안양시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2017년 4월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안양시는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소송기간 지연이자와 소송비용 등 추가로 100억여 원 포함 총 300억 원이 넘는 돈을 물어줬지만 자체 감사는 물론 관련 공무원 문책 등도 없이 슬그머니 넘어갔다.
사업지연과 소송 등 20여 년을 끌어오면서 담당공무원이 숱하게 바뀌고 퇴임하면서 책임소재가 불투명해진 것이 외형상 이유였지만 무책임 행정과 예산낭비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실은 두고두고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성과시상금 제도 어떻게 운영되나
안양시는 2013년부터 매년 상ㆍ하반기 2회에 걸쳐 성과시상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시정기여도ㆍ국도비 확보ㆍ외부평가 등 4개 분야 평가를 통해 관련 공무원에게 성과시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성과시상금 심의위원회는 교수 등 외부 전문가 등이 포함된 9인으로 구성되며 회마다 1500만~2000만 원 정도가 지급되고 있다. 정부업무평가 기본법에 따라 전국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양=김태영 기자 ktynew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