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사각지대 놓인 대중음악 공연계 “우리도 소상공인”

보상 사각지대 놓인 대중음악 공연계 “우리도 소상공인”

기사승인 2021-12-13 18:33:14
‘위기의 대중음악공연업을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 세미나.   음공협 제공.

집합금지 명령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대중음악 공연계가 설상가상 피해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대중음악 공연업계가 소상공인 손실보상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서다. 업계 종사자들은 1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뮤즈라이브홀에서 세미나를 열고 “우리도 소상공인과 다르지 않다”며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매출 90% 줄었는데 손실보상 못 받아…이유는?

대중음악 공연업계는 그간 티켓 매출이 90% 넘게 주는 등 긴 보릿고개를 보냈다. 대규모 콘서트가 ‘행사’로 분류돼 사실상 모객이 불가능해서다. 지난 7월 대중음악 공연에 최대 4000명을 수용할 수 있게 하는 지침이 마련됐지만, 비정규 공연시설 내 공연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업계는 또 다시 발이 묶였다. 수많은 공연 기획사가 폐업 또는 휴업했고, 음향 감독·조명 감독 등 전문 인력이 업계를 떠났다. 일상 회복이 이뤄지더라도 공연 업계가 이전 상태를 회복하기는 어려워졌다.

정부는 집합 제한 조치를 받은 업종에 매출액 손실을 보상하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지난 10월 시작했지만, 대중음악 공연계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행 소상공인지원법 시행령이 집합 제한 조치 범위를 ‘운영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하는 조치’로 축소해서다. 대중음악 공연처럼 집합 인원 제한으로 타격 받은 업종은 매출액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시행령에서 (집합 제한의) 범위를 너무 좁게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행령을 개정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문제”라고 짚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역시 “‘인원제한 조치’를 이행한 업종이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불형평성이 발생했다”며 인원 제한에 따른 손실도 보상하는 내용의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문체부가 지원한 공연할인권 소소티켓. 대중음악 공연은 할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위메프 제공.

지원금 받으려 해도 ‘대중음악 공연 제외’

정부 지원을 받을 방법도 요원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각종 지원 사업에서 대중음악 공연은 소외됐다.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 부회장은 “여러 공연 기획사에서 문체부의 대관료 지원 사업과 창작 지원 사업 등에 참여하고자 했으나 대중음악 공연은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소소티켓과 소비쿠폰 역시 대중음악 공연에선 적용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은 “어느 나라든 (대중문화예술보다는) 순수예술을 지원하는 게 기본”이라면서도 “세제 지원이나 펀드 조성 등 대중음악에도 지원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급하는 희망회복자금에서도 대중음악 공연계는 그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중기부는 코로나19 피해 업종을 ‘집합금지’ ‘영업제한’ ‘경영위기’로 분류해 희망회복자금을 지원하는데, 공연 기획사는 이중 지원금이 가장 낮은 ‘경영위기’ 업종으로 분류됐다. ‘집합금지’를 이행한 주체를 ‘공연 기획사’가 아닌 ‘공연시설’로 봐서다. ‘영업제한’은 영업(운영)시간을 제한 받은 업종을 가리킨다. 고 부회장은 “대중음악 공연을 포함한 문화, 예술, 공연 업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한 조처”라고 지적했다.

“왜곡된 눈으로 공연계 바라봐…우리도 소상공인”

이날 세미나를 지켜본 대중음악 공연계 관계자는 “문체부나 정부 문화 관계자들은 대중음악 공연을 가수들의 산업으로 바라보지만, 우리도 소상공인과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종현 MPMG 대표 역시 “대중음악 공연이 다른 장르 공연과 차별받은 배경엔 왜곡된 시선이 있다. 다들 대중음악 공연계를 화려한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산업 종사자들에겐 생업이 달린 일”이라고 짚었다. 박 전 장관은 “대중음악 공연은 감염 위험이 높을 거라고 추정만 할 게 아니라, 방역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방역 당국에 촉구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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