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안을 내놨다. 현장실습 유가족과 일선 교사들은 이번 개선안 또한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부 학습중신 현장실습 개선방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교조는 “더는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없기에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직업계고 교육을 정상화할 것을 주문했다”며 “교육부의 개선 방안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갔다. 실효성 없다”고 질타했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현장실습 개선방안을 내놨다. 현장실습 참여기업에 대한 노무사의 현장실사를 의무화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기존에는 일부 기업 실사에만 노무사가 참여했다. 특히 건설과 기계, 화공, 전기 등 유해·위험 업종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이나 안전협회 등의 참여를 확대한다. 교육당국의 현장실습비 지원도 늘어난다. 기업 부담분이 70%에서 40%로 줄어든다. 교육부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것은 학생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신호”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학생에 대한 산업안전과 노동인권 교육도 강화한다.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기업에 대한 실사가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유해·위험 업종에 대한 실사 강화를 강조했으나, 학생들의 안전은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다. 현장실습 개선안은 고(故) 홍정운군 사망 사건으로 촉발됐다. 고 홍군이 일했던 사업장은 관광업에 속하는 요트업체였다.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고 김동균과 고 홍수연양의 일터는 외식업체와 콜센터였다.
업체의 부담을 줄이는 현장실습비 지원 또한 부적격 기업의 참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영세한 기업들이 저임금으로 현장실습생을 고용, 취업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9년 1월 5인 미만의 영세 업체에도 현장실습을 내보낼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했다. 취업률 제고를 위해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실상 학생을 교육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됐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현재 기업 현실에서는 학생을 학습할 수 없다. 또 사고가 났다”며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학교와 교사, 학생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모임도 “정부의 현장실습 개선방안 발표를 규탄한다”며 “이번 방안을 통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7년 제주 생수업체에서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진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는 “교육부의 개선방안은 엉터리다. 학생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이라며 “민호가 세상을 떠난 후 발표했던 개선안과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전교조 직업교육위원회와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모임, 시민사회단체 등은 지난 10월 현장실습 폐지를 촉구하며 ‘전국 동시 고졸취업기간 설정을 통한 직업계고 정상화 방안’을 제안했다. 정상화 방안에는 △직업계고에서 3학년 2학기 11월 말까지는 기업체 취업 관련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인증한 취업 적합 업체에 한해 12월부터 취업 희망 학생들의 취업 활동을 진행한다 △취업이 확정된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