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계속 달린다

‘설강화’, 계속 달린다

기사승인 2021-12-29 17:54:14
JTBC 드라마 ‘설강화: 스노 드롭’ 포스터. JTBC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부적절하게 묘사했다며 논란이 된 JTBC 드라마 ‘설강화: 스노 드롭’(이하 설강화)이 예정대로 방송된다. 법원이 ‘설강화’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시민단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JTBC 측을 상대로 낸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29일 기각했다. “국민들이 (드라마)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세계시민선언은 “‘설강화'가 수많은 민주화 인사를 이유 없이 고문하고 살해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직원을 우직한 열혈 공무원으로 묘사해 안기부를 적극적으로 미화하고, 역사적 경험을 겪지 못한 세대에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며 무작정 국가폭력 미화 행위까지 정당화하는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이 작품 상영을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에 JTBC 측은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며 드라마 내용이 역사 왜곡이나 독재옹호와 거리가 멀다고 맞섰다. ‘설강화’ 제작진은 지난 22일 세계시민선언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이런 내용을 재차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설령 ‘설강화’의 내용이 채권자(세계시민선언) 주장과 같이 왜곡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접하는 국민들이 그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설강화’ 상영으로 세계시민선언 측 권리가 직접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단체가 일반 국민의 인격권 침해를 우려하더라도, 임의로 국민을 대신해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없다고도 밝혔다.

‘설강화’ 측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이번 주(30·31일) 편성 계획에 변동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대학생과 간첩의 로맨스를 그린다고 알려져 제작 단계부터 비판 받았다. 방송사와 제작진은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거나 안기부를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작품이 공개된 후에도 잡음은 계속됐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설강화’ 폐지 청원은 3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급기야 JTBC를 폐국해 달라는 요청까지 올라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진이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더라도, 시대적 배경이 가진 무게를 의식해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곧바로 드라마 폐지하자는 건 콘텐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자유롭게 비틀고 상상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무너지고 상처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방영 자체를 막는 게 더 올바른 일인가”라고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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