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예대상이 남긴 웃음, 감동, 질문

MBC 연예대상이 남긴 웃음, 감동, 질문

기사승인 2021-12-30 03:04:11
개그맨 유재석. ‘2021 MBC 연예대상’ 방송 캡처.

이변은 없었다. ‘2021 MBC 연예대상’은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 진행자 유재석에게 대상 트로피를 안겼다. ‘놀면 뭐하니?’는 올해남성 보컬 그룹 MSG워너비를 탄생시키고 자체 최고 시청률(11.5%,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기록하는 등 영향력을 과시했다. ‘놀면 뭐하니?’를 끝으로 이달 MBC를 떠나는 김태호 PD는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을 수상했고, 신봉선·정준하·하하·이미주 등 출연진도 트로피를 1개 이상 품에 안았다. 올해 MBC 연예대상이 남긴 웃음과 감동, 그리고 질문을 되짚어본다.

웃음 ▷ “완벽한 대상 후보 유재석, 병마 극복 스토리까지…”

유재석의 대상 수상은 일찍부터 예견됐다. 대상 후보로 오른 김구라는 “유재석은 완벽한 대상후보일 뿐 아니라 병마(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극복이라는 스토리까지 갖췄다. 하늘이 도왔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유재석·박나래를 제외한 대상 후보들을 ‘구색’이라고 표현했던 그는 이날도 “(누가 대상을 받을지)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는 건 방송사의 오랜 행태”라고 했다. 다른 후보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박나래는 “내가 대상을 받는다면 트로피를 씹어 먹겠다”며 수상을 기대하지 않음을 내비쳤고, 전현무는 PD상을 받은 후 “대상은 물 건너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개그맨 신봉선. ‘2021 MBC 연예대상’ 방송 캡처.

감동 ▷ 신봉선 수상에 눈시울 붉힌 동료들

2년 전 시청자들을 울렸던 여성 희극인들의 우정은 이날도 뜨거웠다. 신봉선이 ‘복면가왕’과 ‘놀면 뭐하니?’에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여자 최우수상을 받자, 같은 부문 후보로 올랐던 이들조차 제 일처럼 기뻐했다. 송은이와 안영미는 수상자가 발표되자마자 달려 나와 신봉선을 끌어안았고, 이미주는 눈물을 흘렸다. 신봉선은 소감에서 송은이·안영미·김신영 등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여기 계신 모든 예능인들, 우리가 웃고는 있지만 넘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친한 친구, 덜 친한 동료 모두 응원한다”고 말했다.

질문 ▷ 연예대상에서 가수에게 공로상이라뇨

오랜 기간 한 분야에 헌신한 이에게 존경을 표한다는 의미로 수상하는 공로상. 올해 MBC 연예대상은 이 공로상을 가수 하춘화에게 주는 파격을 선보였다. 60여년 간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고 사회 곳곳에 수백 억 원을 기부한 그가 공로상을 받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상을 주는 주체가 연예대상이라는 점은 생뚱맞아도 너무 생뚱맞다. 여기서요? 갑자기요? 31일 열리는 가요대제전에 하춘화를 섭외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자막에 언급한 ‘MBC와 함께한 60년’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개그맨 김구라(왼쪽), 안영미. ‘2021 MBC 연예대상’ 방송 캡처.

질문 ▷ 임신한 예능 MC, 왜 안 돼

김구라와 함께 PD상 시상자로 나선 안영미는 살벌한 입담으로 시청자를 웃겼다. 그는 “일단 박수 한 번 크게 치자”며 최근 김구라가 득남한 사실을 언급하더니 “‘핵소름’이었다. 전 국민이 그랬을 거다. 이게 된다고?”라며 익살을 떨었다.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자신에게 김구라가 “부부 간의 은밀한 일은 동네방네 떠들지 말라”고 훈수를 두자 내놓은 대답도 압권이었다. “왜요. 난 ‘라스’(라디오스타)에서 입덧하고 싶은데….” 그런데 깔깔 웃고 나니 이런 질문이 남는다. 임신한 예능 MC, 왜 안 돼?!

질문 ▷ 왜 여자 우수상 부문은 하나뿐일까


이날 뮤직&토크와 버라이어티 부문을 따로 시상한 남자 우수상과 달리, 여자 우수상은 부문 구분 없이 하나로 통합해 의문을 안겼다. 시상식 출연자 성비만 보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았다. ‘남성이 더 잘해서’라는 답변은 충분치 않다. 여성 예능인에겐 남성만큼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시상식에선 상 개수를 줄이는 대신, 프로그램에 더 많은 여성 예능인을 기용하는 것이 어떨까.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