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맨’! 이젠 걱정하지 마라~ [코로나에 맞서온 사람들②]

‘영맨’! 이젠 걱정하지 마라~ [코로나에 맞서온 사람들②]

기사승인 2022-01-04 06:00:24
2020년 1월20일. 몹쓸 감염병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날부터 우리는 24개월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시달리고 있다. 모두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든 시간을 겪었다. 생업의 터전이 병원인 사람들은 더 했을 것이다. 새해를 맞아 이들의 지난 2년을 되돌아보고, 올해 바람을 들어봤다. 

‘병원’을 생각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는가. 의사나 간호사, 환자가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그런데 병원 안에는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의료진이 아닌 병원직원들이 있고, 환자의 보호자·간병인이 있다. 구급대원들도 수시로 병원을 드나든다. 그리고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있다. 
 
병원에 출입하려는 외부인에게 배포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문진표 중 일부. 내원목적 문항에 ‘제약회사’ 선택지가 따로 있다. 병원 방문객 중 제약사 관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지 않음을 방증한다.   고려대구로병원 모바일 문진표 캡처.

영업사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고객을 만나야 한다. 병원이 거래처인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자사제품을 처방하는 의사를 만나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그게 너무 어려워졌다. 벌써 2년 가까이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은 코로나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왔을까. 쿠키뉴스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영맨)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국내 제약회사 15년차 영업사원인 40대 김영맨(가명) 차장. 월요일 오전 8시 거래처 인근 카페로 출근했다. 주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주 영업활동과 이번주 영업계획 등을 점검하는 주간 회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매주 있었다. 달라진 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모든 회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이미 2020년에 개인노트북을 지급했다.  

회의가 끝난 후 김 차장은 한 대학병원으로 이동했다. 그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입장조차 안 돼는 곳도 있다”면서 “이 병원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병원 복도에 놓인 의자에서 30분가량 기다린 끝에 고객(의사)을 만나 얼마 전 랜딩된 제품의 처방여부와 불편사항을 점검했다. 대형병원에서 의사는 약을 처방할 때 그 약에 병원이 부여한 코드를 사용한다. 즉, 코드가 있는 약만이 사용된다. ‘랜딩’은 병원으로부터 제품코드를 받았다는 의미다.  

영업사원은 약속 없이 고객을 만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만큼 기다림의 시간도 많다.   사진=신승헌 기자 

병원 담장 안쪽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로는 병원 밖 만남도 쉽지 않다. 병원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며 고객을 만나던 평범한 일상이 이제는 특별한 일이 됐다. 15년차 베테랑 영맨인 김 차장은 “나도 툴(tool) 하나가 없어져서 아쉬운데, 경력이 짧은 후배들은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 차장은 이날도 혼자서 끼니를 해결했다. 

식사를 마친 후 거래처 한 곳을 더 들렸다. 그러고는 다시 주차하기 좋은 카페를 찾았다. 자리를 잡자마자 “원래는 제품설명회를 할 시간인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설명회, 학회, 소규모자문위원회 등이 열리지 못하는 현실을 놓고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사라져가는 기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노트북을 펼친 김영맨 차장은 구매몰에 접속해 개당 1만원이 안 되는 판촉물들을 구입한다. 달고나 세트, 손·발난로, 핸드크림 등이 장바구니에 담겼다. 구입한 판촉물은 스터디자료나 임상자료, 제품 브로슈어 등과 짝을 맞춰 오늘 만나지 못한 고객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해피콜(안부인사 등 가벼운 내용의 전화)’과 함께.

김영맨 차장은 ‘일상회복’ 나아가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되면 영업사원들의 경쟁은 전보다 더 치열해질 거라 내다봤다. 그래서 걱정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업사원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데, 지금은 사람 만나는 걸 죄악시한다”면서 “2022년에는 마음 편하게,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들을 마음껏 발휘하며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십수 년 전, 대한민국에 긍정에너지를 채워주었던 신바람 이박사의 ‘영맨’이라는 노래를 기억한다. 그 노래를 틀고, 볼륨을 한껏 높여본다.

“영맨! 자리에서 일어나라~ 영맨! 힘찬 날개 달고 가자~ 영맨! 이젠 걱정하지 마라~”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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